매일신문

[일가를 이루다]자장전문가 김종암씨

해물'된장자장면 등 신메뉴 40여종 개발

1970,80년대 외식문화의 대표 메뉴였고 요즘도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려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장면. 73년 가난하던 중3시절, 자장면을 실컷 먹고픈 욕심에 중국음식점 배달부를 시작한 이래 올해로 36년째 자장면과 인연을 잇고 있는 김종암(52)씨. 경산 계양동에서 중국음식점 '천안문'을 운영하면서 명함에 '짜장박사'를 새기고 다닐 정도로 자타가 인정하는 자장전문가다.

최종 학력이 중졸인 김씨는 딱히 요리 레시피나 조리법에 관해 특별히 배운 적이 없다. 오직 자장면에 대한 열정 하나로 버텨온 결과 현재 그가 요리할 수 있는 가짓수는 300여종. 이 가운데 이전에 없던 중화요리, 신 메뉴가 찜탕수육을 비롯한 40여종이나 된다. 환경자장'된장자장'냉자장'탕수자장'김치자장'왕면자장'해물자장 등 이색 자장면만 20종이 넘는다.

"새로운 자장면 개발 동기는 아내와 함께 배달부 없이 작은 중국집을 운영하자니 경쟁력이 없었죠. 그러던 차에 손님을 가게 안으로 오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다른 중국집과 차별되는 메뉴가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던 차에 92년 환경자장면을 개발했다. 환경자장면은 쇠고기 기름에 콩가루를 섞고 채소를 깍둑썰기가 아닌 채로 썰어 자장을 만든 것으로, 면을 먹을 때 채소가 면에 딸려 음식찌꺼기가 거의 남지 않는다.

"음식쓰레기를 버릴 때 늘 비닐봉투 사이로 국물이 흘렀는데 환경자장면을 개발하고부터는 국물이 새지 않아 환경미화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죠." 때마침 방송에 중국집에서 사용하는 돼지기름에 장갑이 달려 들어가는 뉴스가 방영된 터라 환경자장면은 인기를 얻게 됐다. 환경자장면은 현재 '해물간짜장'이란 이름으로 제공되고 있다.

"하나를 개발하고 나니 신바람이 나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밤에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특이한 음식재료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환경자장면' 이후 새로운 자장면 개발에 나선 김씨는 1년 반에 걸쳐 고심한 끝에 '된장자장면'을 내놓는다. 된장자장면은 98년 특허출원한 메뉴.

"신개념의 자장면 개발에 몰두하던 중 꿈에서 너무나 생생하게 된장자장면을 완성하게 됐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방에서 꿈에 해본 그대로 요리를 했더니 마침내 된장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는 자장면이 되더군요." 그는 새 메뉴를 개발할 때마다 메뉴이름을 먼저 정한 후 가족들에게 맛보이고, 손님들에게는 거저 주다시피 제공해서 반응이 좋으면 정식메뉴로 등록한다. 여름철 별미인 냉자장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차갑게 식힌 자장면은 자장을 볶을 때 넣은 돼지기름이 쉽게 상하고 굳어 메뉴로서 가치가 떨어졌다. 이에 식초를 이용, 면이 쉬는 것과 돼지기름이 굳는 것을 막아 출시했다. 자장면 이외 중화요리 부분에서 김씨가 90년대 초에 개발한 이후 여러 중국음식점으로 퍼져 나간 메뉴 중에는 탕수만두, 쟁반자장 등이 있다.

그렇다고 김씨의 자장면 인생에서 늘 행운만 따르지는 않았다. 한약재를 이용한 자장면 개발은 대중의 입에 맞지 않아 실패했고, 또 어떤 경우는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올라가자 벤치마킹을 제의해 온 사람으로부터 사기를 당해 돈을 날리고 좌절에 빠지기도 했다.

81년 군 제대 후 산격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종암반점'은 경험 부족으로 문을 닫았고, 남의 집 주방장을 거쳐 87년 대신동에 다시 연 '장춘반점'은 번창했다. 이후 개인 사정으로 다시 재산을 날리고 고향 경산에서 '즉석루'란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던 중엔 부인이 면 뽑는 기계에 손을 다친데다 자신의 건강도 나빠 문을 닫은 후 1년간 택시운전을 하는 등 김씨는 '5전6기'의 인생을 살아왔다.

"자장면은 완성된 음식이 아니라 연구하고 개발할 여지가 많은 '과학'"이라는 김씨가 현재 구상하고 있는 아이디어는 송이향 연구다. 소나무 수액을 추출해 3~4개월 땅에 묻어두면 송이향이 배어나오고 그 액을 새송이버섯에 주입, 자연산 송이향이 든 식재료로 중화요리를 보다 싸게 만들어내려는 것으로 현재 90% 완성도를 나타내고 있다는 귀띔이다.

"앞으로 자장면 단일 메뉴만을 취급하는 전문 브랜드 음식점을 운영하는 게 목표"라는 김씨가 바라는 일은 후학양성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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