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가 카페] '전투력' 약한 지역의원들

국회에서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점잖다' 는 평을 듣는다.

다른 지역의원들이 그렇게 평가할 뿐만 아니라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대구경북 의원들의 이 같은 모습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기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지역예산을 챙기려고 드는 호남 의원들과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점잖다는 것은 좋게 표현한 것이다. 나쁘게 얘기하자면 '야성(野性)' 이 없다는 것이다.

5일 한 의원은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오찬을 하면서 들은 얘기를 전했다. 그 관계자의 말은 "호남의원들은 자신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사소한 문제까지도 '난리'를 친다. 그래서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구경북 의원들은 그렇지 않다. 전화도 잘 하지 않고 부탁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잖은 자세는 야당시절에도 그랬다. 정부여당에 대해 투쟁하지 않고 '주기싫으면 그만둬라'는 식으로 지레 포기했다. 여당이 된 뒤에는 다른 이유로 야성이 죽었다. 정권을 잡았는데 새삼스럽게 굳이 고개 숙이면서 부탁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는 생각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투자 전면허용' 정책을 폐기하고 전격적으로 수도권투자 전면허용 조치를 발표한 지난달 30일 이후, 이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나선 국회의원은 김성조(구미갑), 배영식(대구 중·남) 의원 뿐이었다. 한 중진의원은 수도권투자 전면허용 조치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의원들 모두가 웰빙의원인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전투력을 갖추고 정부를 압박하는 야성을 발휘한 의원들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야성이 대구경북 의원들의 '기본 소양'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종근 의원은 지난 10여년간 지역예산 따는데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그가 '인상'을 한 번 쓰면 예산담당공무원들은 주눅이 든다. 재경부출신으로 예산을 워낙 잘 아는 탓도 있지만 그가 고함을 지르고 장관을 윽박지르는 기세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산을 집어주는 장관도 있었다. 백승홍 의원도 저돌성에서 박 의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조원진 의원이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것도 따지고 보면 여당의원 답지않게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야성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지역민심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점잖아서는 안 된다.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에 대해서도 지방이 들고 일어나니까 정부가 설익은 대책이라도 마구 쏟아내는 것 보고서도 점잖게 행동할 것인가.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