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희의 눈물, 와인]테이블매너

볼록한 보울 부분까지 따르고 술 받을때 잔 들지 말 것

와인 왕보초 김 대리. 술이라곤 소주와 맥주밖에 모르던 그가 난생 처음 와인바에 갔다. 고상하기로 소문난 신임 이 과장이 부서 회식 장소로 와인바를 선택한 때문이다. 뜻밖의 장소에 조금 당황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김 대리. "소주면 어떻고 와인이면 어떠랴. 어차피 똑같은 술 아니던가." 하지만 결코 아니었다.

상사와 부서원들이 주고 받는 와인 문화가 하나부터 열까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와인을 따를 때 잔의 반도 채우지 않고, 상사가 술을 따라 줘도 두 손은커녕 한 손으로도 잔을 들지 않는다. 잔대는 또 왜 자꾸 돌리고, 무슨 향을 그리 자주 맡는지, 게다가 절대 단숨에 들이키는 법 없이 한모금, 두모금씩만 찔끔 찔끔 비워내는 것이 아닌가.

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와인문화에 익숙해져야 하지만 와인을 마실 때 필요한 에티켓과 매너가 때론 스트레스다. 그러나 와인 매너란 게 생각만큼 어려운 건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고, 일단 익혀 놓기만 하면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그렇다면 와인 매너는 어떻게 배울까? 책과 인터넷 어디에서나 와인 매너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지만 이론과 실전은 엄연히 다른 법. 와인을 잘 아는 지인이나 전문 소믈리에(와인감별사)를 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4~10주 과정의 와인 강좌를 여는 '대구보르도와인스쿨(053-761-5665)'을 찾아가 2시간 남짓 걸리는 일일 와인 교육 과정을 체험했다.

먼저 박정순(25) 소믈리에가 시음 와인으로 칠레산 빈티지(포도수확연도) 2005의 '인도미타 리제르바 꺄베르네 쇼비뇽'을 꺼내 와인글라스에 따른다. 이때 와인을 따르는 양은 잔의 볼록한 보울 부분까지이며, 와인을 서빙받는 사람은 잔을 들지 않는 게 예의다. 와인잔 자체가 높기 때문에 잔을 들면 따르는 사람이 오히려 불편하기 때문. 와인잔을 들 땐 보울 부분이 아니라 잔대를 잡아야 한다. 보울 부분에 손이 닿아 체온이 와인에 직접 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하지만 보울을 잡을 경우 30분에 1도가량 온도가 오르므로 실제 잡는 방법과 온도의 상관관계는 별로 없다. 따라서 가장 편하게 잔을 잡으면 된다.

이젠 와인 마시는 법이다. 와인을 서빙 받으면 가장 먼저 와인잔의 대를 잡고 빛깔을 살핀다. 흰 벽, 흰 테이블 보 또는 약한 불빛을 배경으로 와인의 빛깔이 얼마나 아름답고 맑은지 감상하는 것이다. 빛깔을 충분히 감상했다면 다음은 향을 느낄 차례. 와인의 향은 맡고 또 맡아도 질리지 않는다. 잔에 따른 직후 와인 고유의 향부터 먼저 맡은 뒤 잔을 천천히 여러번 돌린 후(스월링) 또 한번 향을 맡으면 꽃향기가 난다. 스월링은 와인을 공기와 더 많이 접하게 해 알코올 향을 날려보내고 와인의 향과 맛이 제대로 우러나오게 하는 동작이다. 스월링을 하는 과정에서 잔 안쪽 벽에 와인이 골고루 닿고 나면 마치 눈물처럼 와인이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와인의 눈물'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와인의 맛을 볼 땐 원샷을 삼가야 한다. 적당히 한 모금을 머금고 입 안에서 씹듯이 서서히 굴리며 최대한 와인의 맛을 만끽한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