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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바마 아메리카'에 거는 한국의 기대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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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역사적인 선택을 했다. 건국 232년 만에 처음 흑인을 대통령의 자리에 올린 것이다.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은 인종 차별과 비주류 소수라는 큰 벽을 뛰어넘고 이뤄낸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 원동력이 '변화'를 주창한 오바마의 목소리에서 '희망'을 찾게끔 만든 미국의 현실이든, 시대적 요구이든 간에 미국 정치사 나아가 세계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오바마 아메리카'를 지켜보는 전 세계인들, 특히 한국인에게도 그의 당선이 새 세상을 향한 리더십과 변화라는 큰 흐름을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일이다.

부시의 공화당 정권 8년 동안 크고 작은 일들로 세계는 홍역을 치렀다. 9'11 테러에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사태, 북핵, 세계 금융위기까지 지구촌을 뒤흔든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힘으로 질서를 잡으려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모두들 힘겨워 했다. 강경한 힘의 리더십은 마찰과 단절을 낳았고 결국 피를 불렀다. 이런 시대 상황에 대한 염증이 대화'협력을 통한 건전한 리더십과 다원주의를 표방한 '오바마 아메리카'에 화답한 것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이제 미국도 달라져야 한다'는데 미국 사회가 동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오바마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정책방향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관계와 통상문제, 북핵 등 현안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해졌고 이런저런 변화의 움직임을 괄목해 포착해야 할 상황이다. 한미동맹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정책 방향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민주당의 카터나 클린턴 행정부 시절 한미관계를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가령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북미 간 직접대화 움직임이나 주한미군 재배치와 감축'전작권 환수 문제 등 안보동맹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양국관계에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우선 신자유주의 정책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主犯(주범)으로 지목된 만큼 오바마의 '큰 정부' 철학은 더욱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화당 보수정권 기간을 '잃어버린 8년'이라 규정했다. 따라서 경제 정책도 '세계화'에서 벗어나 '보호무역'쪽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 당장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한 한미 FTA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한미 FTA를 "결함 있는 협정"이라고 단정하고,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므로 재협상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물론 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발언이지만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진다면 한국은 자동차 산업부터 타격을 받게 된다. 오바마는 유세 때 "한국 자동차 70만 대가 미국에 들어오면서 미국차 수출은 고작 5천 대밖에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FTA 발효 즉시 없애기로 한 승용차 관세(2.5%)를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손질을 원할 것이다. 섬유'철강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따라서 "재협상은 없다"는 한국 정부와 상당한 통상 마찰이 예상된다. 반면 농축산물 분야에서는 강도 높은 문호 개방을 요구할 것이다.

오바마는 빈부격차 완화, 부유층 세금 강화 등 중산층과 노동자 보호 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인 만큼 자국보호 정책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게 뻔하다. 한국은 이런 정책 급변에 대비, 수출과 통상'노동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대응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다행히도 오바마 당선인의 아시아 특히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점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기대를 모은다. 동맹이라는 운명공동체라는 차원에서 양국 정부가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사소한 이견 차이는 그다지 큰 장애물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과감한 결단력에 기초한 '오바마 방식(Obama Way)'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우리 정부가 면밀히 파악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쪽으로 적절히 조율하는 일이다. 동맹의 가치는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깊은 이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 시대의 한미관계를 섣불리 낙관할 것도 비관할 것도 없다. 서로 변화에 대해 중심을 잡고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양국 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본다. 오바마 등장은 변화의 시대이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시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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