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환생/서담

쥐오줌풀꽃 듬성한, 달빛 하나 없는 다리 밑으로 생명과학연구소 폐수가 흘러든다 물컹 고인 물에 화각 맞추고 카메라 조리개 연다 냄새와 빛 빨려든다 그동안 연구원의 주사기는 실험용 흰쥐들 제웅처럼 찔렀을 것이다

노트북에서

디카 파일 클릭하자

고양이는 검붉은 연등 내걸고

수천의 흰쥐들

공옥진의 병신춤 추며 화면에서 걸어 나온다

너울너울,

'결코 꾀꼬리처럼 노래하지 않겠다'는 다짐에서 모더니즘시가 탄생했다. 질척한 감정의 주관세계에서 벗어나 냉철한 이성의 객관세계로 시를 밀어 넣은 사람들이 모더니스트들. 이들에 의해 한국시는 현대성을 얻게 되었다. '달빛 하나 없는' 삭막한 현실세계의 이면에 렌즈를 갖다 대고 서치라이트처럼 밝히려는 이성의 욕망. 생명을 연구하는 곳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죽음의 사육제.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냉담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물기 없는 서정시, 종이 씹듯 억지로 씹어 삼킨다. 속이 더부룩하다. 폐수가 그새 내 몸을 가득 채웠나 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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