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국정원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데는 부시 현 대통령의 실정이 한몫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의 실정 중에는 실패한 이라크전이 있다. 부시는 이라크를 공격했지만 중앙정보부(CIA) 보고서의 '대량살상무기(WMD)'는 끝까지 찾아내지 못했다. WMD는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한 결정적 명분이었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인 CIA의 정보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CIA의 엉터리 정보는 이 외에도 많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오판도 있다. 1950년 10월 CIA는 중공군의 한국전 개입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중국 인민해방군 30만 명이 압록강을 넘어 밀고 내려왔다. 1'4후퇴로 기록하고 있는 그 사건이다.

미국에 CIA가 있다면 한국엔 국가정보원(nis)이 있다. 국정원은 1961년 혁명정부에서 창설할 당시 중앙정보부가 본래 이름이었다. 그것이 1980년 전두환 부장서리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로, 다시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현재의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정보기관이 역사의 전환기마다 이름을 바꾼 것은 역기능에 의한 불명예스런 전력이 더 큰 이유였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로 비유되기도 한 이 기관의 '부당한 힘'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합의의 소산이었다.

국정원의 전신들이 행사했던 '부당한 힘'은 남북이 대치한 냉전 시대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 있었던 많은 사례들이 정치 사찰과 인권 침해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院訓(원훈)도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에서 '정보는 힘이다'로, 다시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바꿔왔다.

그 국정원법의 개정 움직임을 두고 정치권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국정원이 변화된 국가안보환경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개정하려는 쪽의 논리다. 이에 직무 범위를 '국가안전보장 및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정보' 등으로 확대해 국내 정치에 개입할 여지를 준다고 반대 논리를 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국정원의 예전 이름들과 그 행태를 기억하고 있다. 그들에게 어떻게 믿음을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경우 논설위원 the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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