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순국선열의 날

최근 언론에서 일제 말기 한국인을 가해자, 일본인을 피해자로 묘사한 '요코 이야기' 퇴출운동이 미국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음을 다룬 적이 있다. '요코 이야기' 사건은 이 시대 우리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일본은 우선 우리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자신들의 만행을 백배사죄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그릇된 전쟁으로 아픈 과거를 가진 양국 모두 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17일은 제 69회째 맞는 순국선열의 날이다. 3·1절이나 8·15 광복절과는 달리 '순국선열의 날'이 어떤 날인지를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아 간단한 설명을 붙이자면, '11월 17'일은 대한제국이 실질적으로 국권을 빼앗긴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이며, 이 날을 전후하여 수많은 애국선열이 방법은 각기 달랐으나 자주독립을 이루겠다는 염원 아래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한 까닭에 이날을 기념일로 정하였으며, 193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순국선열들의 위훈을 기리는 정부기념일로 제정한 '순국선열 공동기념일'이 그 모태가 된다.

"가슴에 맺힌 한을 풀 길이 없어/ 산 설고 물 선 땅에 수십 년 세월//목숨이 시들어서 진토가 된들/ 배달민족 품을 뜻을 버릴까 보냐"

1920년대 중국 상해의 애국지사들과 만주 독립지사들이 불렀다는 '애국지사의 노래'의 한 구절이다. 조국의 독립을 향한 거룩한 애국애족 정신과 자기희생 정신이야말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석이 되었으며, 오늘의 대한민국은 바로 이 순국선열들의 피와 살과, 땀과 눈물로 이루어진 나라인 것이다.

국내외에서 선열들이 일본의 감시와 탄압을 받으면서도 항일투쟁에 신명을 바쳤으며, 불굴의 의지로 기어이 독립을 쟁취한 우리 대한민국이다. 그렇건만, 최근 일본 공영방송인 NHK에서 일본정부 지원 하에 '한일강제합방 100주년 특집'을 준비하고 있으며, 일본학계에서는 강제합방의 불법성을 부인하고 합법성을 주장하는 논리를 연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놀랍고도 비분강개해짐을 금할 수가 없다. 일본은 이미 한차례 세계무대에서 치밀하고도 발 빠르게 움직여 독도영유권을 주장함으로써 우리를 크게 놀라게 한 터라 더욱 우려를 금할 수 없으며, 우리 정부도 체계적인 대응을 준비하여야만 할 것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민족은 생존할 수 없다. 수난과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국선열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오늘의 사표(師表)가 되는 애국선열들의 순국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며, 선열들의 순국 정신이 힘과 용기가 되어 오늘의 총체적 국내외적 위기를 이겨나가는 변혁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무석 대구지방보훈청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