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물단지' 거리의 낙엽…구청마다 처리 진땀

▲ 대구의 환경미화원들이 쓸어도 쓸어도 금방 쌓이는 낙엽을 치우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대구의 환경미화원들이 쓸어도 쓸어도 금방 쌓이는 낙엽을 치우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떨어지는 낙엽을 어찌하오리까."

도심에 가을 정취를 듬뿍 안겨줬던 가로수가 이젠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t씩 떨어지는 낙엽을 처리하느라 각 구청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겪는 일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대기가 건조하고 강수량이 적은 탓에 낙엽이 쉽게 부스러져 온 거리를 날아다니기 때문.

18일 오후 2시쯤 수성구 범어네거리와 만촌네거리 구간. 바람이 불자 인도에 늘어선 가로수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 환경미화원이 금방 쓸고 간 인도며 도로에는 또다시 떨어진 낙엽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쓸어도 쓸어도 쌓이기만 하는 낙엽 때문에 환경미화원들은 근무시간을 앞당겨 청소에 나서지만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이 많아 당분간은 하루종일 비질을 할 수밖에 없다.

수성구청 환경미화원 박모(57)씨는 요즘 오전 1시쯤 거리로 나선다. 보통때 같으면 오전 5시부터 일과가 시작되지만 낙엽이 많아지면서 출근시간을 앞당겼다. 그가 하루에 쓸어담는 낙엽만도 30포대(30kg짜리). 큰 도로주변은 그럭저럭 치우지만 이면도로까지는 엄두도 못 낼 때가 많다.

박씨는 "낙엽이 잘게 부서지기 때문에 빨리 치우지 않으면 거리가 엉망이 되고 바람이 불면 행인의 눈에 들어가 다치기도 한다"고 했다.

서구청 경우 60여명의 거리 환경미화원이 하루 종일 쓸어담은 낙엽은 12t가량. 대구에서만 하루에 100t 정도 낙엽을 수거하고 있는데, 이를 처리하는 비용과 노력도 만만치 않다. 특히 거리의 낙엽은 담배꽁초, 비닐봉지, 종이조각 등과 섞여 퇴비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다. 더욱이 산성비, 매연 등으로 오염이 심해 지질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농가에서조차 '퇴비'로 쓰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각 구청들은 t당 1만3천원씩을 주고 대부분 매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낙엽은 보통 10월 말에서 12월까지 집중적으로 떨어지는데, 매립 비용만 8천만원이 넘는다.

한 구청 관계자는 "거리의 낙엽을 수거하는 데 인력이 부족해 모두 치우기는 역부족"이라며 "퇴비로 만들려면 낙엽에 섞인 쓰레기를 일일이 골라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버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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