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최근 영주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농아인과 가족, 자원봉사자, 학생 등 2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4회 수어(수화)예술제가 열렸다.
(사)경북농아인협회 영주시지부(지부장 배정숙)가 주최한 이번 예술제는 소리가 없는 세상에 사는 농아인들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서게 하는 숙연하고 감동적인 무대였다.
"수화를 하면서 농아인들을 이해하게 됐고 그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우수빈(14·동산여중 1년)양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작년 여름부터 수화를 배워 학교에서 친구들에게도 전파하고 있다"며 "앞으로 농아인들을 위해 일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어(수화)가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는 수화통역사들은 "일부 농아인들은 사회에 나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천대 받는다는 이유로 자신감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들이 밝은 곳에서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픔을 덜어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회관 로비에 마련된 전시회는 "수화로 수업하는 학원도 인터넷 강의도 없고, 심지어 특수학교조차도 수화로 하는 수업이 거의 없다. 육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장애인들보다 구직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참정권에서조차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가족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우성범(37·영주시 가흥1동)씨는 "행사를 지켜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한편으론 응어리진 듯 아픔도 있었다"며 "농아인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사회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됐음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우희경(38·수화통역사)씨는 "수어(수화)도 언어로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말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며 "영주지역에는 600여명의 농아인들이 살고 있지만 수화를 모르는 농아인도 많아 이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북농아인협회 영주지부는 2002년 설립돼 현재 수화통역센터에서 농아인과 통역사를 대상으로 사랑의 수화교실 12기를 운영 중이다.
시민기자 홍애련 hong8221@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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