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는 제주도에서 유래한 말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한다. 전국적으로 '걷는 길' 운동이 펼쳐지는 가운데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올해부터 '대구올레'를 시작했다. '안티 공구리'(콘크리트 반대를 뜻함)를 내걸고 느리게 걷자고 외치고 있다.
이 단체의 정미나 팀장은 "아스팔트길은 걷는 사람보다 질주하는 차량에게 유리하고, 차들이 점령한 길은 위험해서 도무지 사람의 접근이 힘들다"며 "덜 개발된 길, 도시 속의 흙길을 찾아 도시에서 자연을 만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올레는 지난 5월 10일 '맨발로 흙 밟는 날'이라는 오픈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출발했다. 걷기에 동의하는 회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각자의 생활 공간 속에서 맨발로 흙을 밟아보고 사진을 찍은 뒤, 블로그에 올려 대구올레의 시작을 축하했다.
현재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대구올레 여행'을 주제로 금호강변의 동쪽과 서쪽, 동화천변, 불로동 고분군에서 측백수림에 이르는 길까지 네 차례 모임을 가졌다. 개인 차량을 이용할 경우 걷다가 같은 길을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느리게 걷기'를 온전히 즐길 수 없다는 데 착안, 대구올레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길을 제안했다.
대구올레가 추천한 '금호강 따라가는 길'을 살펴보자. 지하철 1호선 아양교역 3번 출구로 나와 아양교 건너기 전 오른쪽 공영주차장 언덕 위를 보면 아양루가 보인다. 여기가 출발점. 아양교 대신 흔들거리는 동촌구름다리를 건너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이곳을 따라가다보면 쉬기좋은 버드나무 그늘도 있고, 금호강변의 다양한 생태계를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물 속으로 사라지는 가천잠수교를 건너 신매역으로 나오면 걷기 여행 끝! 도심 속에서 아름다운 강과 흙, 생태계를 만날 수 있는 코스다.
김수용기자
♠ 국내외 유명 도보길
걷기문화가 확산되면서 정부는 국토생태탐방로 조성사업 등 도보 중심의 길 만들기 사업을 추진 중이며, 경북도는 '낙동정맥 트레킹 로드 조성사업', '영남 옛길 생태문화탐방로 조성사업', '낙동강 에코트레일(eco-trail)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영주 예던길'을 비롯해 서울 인사동 '역사문화탐방로', '창녕 우포늪 탐방로', '지리산 둘레길' 등의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유명해진 산티아고 순례길이 스페인에 있다면 영국에는 '사우스웨스트 해안길'이 있다. 엑스모어 국립공원 가장자리에 위치한 마인헤드에서 도르셋의 푸레 하버 해안까지 1천km에 이르는 장대한 해안 탐방로로 연간 600만명이 찾는다. 이 길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8천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북쪽의 뷔르츠부르크에서 남쪽 퓌센까지 350km에 이르는 '로만틱 가도'. 로마시대 유적이 많이 남아있어 독일과 로마를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로만틱'으로 이름지어졌다. 지난해 관광 총매출액만 6천500억원에 이르며 숙박관광객 500만명, 당일 관광객 2천400만명이 찾는 곳이다.
일본 나가사키는 2006년 동네걷기 박람회를 열었다. 30분 정도의 짧은 거리인 동네걷기 코스 45곳을 정해놓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거닐며 관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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