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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계 高2 카이스트 가는길, 비결은 '창의성'

▲ (사진 위로부터) 대구 시지고 김창준군, 성화여고 장지은양.
▲ (사진 위로부터) 대구 시지고 김창준군, 성화여고 장지은양.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과학 분야의 최고봉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 주로 과학고 학생들의 진학 코스로 여겨졌다. 그래서 일반계고 최상위권 학생들에겐 다소 불리한 점이 있어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면접 방식이 확 달라져 창의성과 잠재력이 중시됨에 따라 일반계고 학생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구에서도 올해 카이스트 학사과정 1차 모집에서 일반계고 2학년 신분으로 합격한 학생들이 있다. 그들의 '카이스트 합격기'를 들어봤다. 고교 2학년이 카이스트에 합격하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8조에 따라 조기 졸업이 인정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교과서 밖으로도 생각…대구 시지고 김창준군

시지고 2학년 김창준(17)군은 대학진학에 유연한 편이었다. 굳이 어느 한 대학을 목표로 잡지 않고 서울대와 카이스트, 포스텍 중에 한 곳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대학입시를 준비해 왔다. 과학분야에 뜻을 둔 김군은 일찌감치 대학진학에 필요한 실력을 기르고 수상실적을 쌓았다.

중1 때부터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과학영재교육원을 다니면서 과학공부를 집중적으로 했다. 고교생이 돼서는 각종 수상 경력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결실도 봤다. 수상 실적은 화려하다. 올해 대구시 고등학교 과학탐구대회 금상과 제16회 한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고교 과학탐구 전국대회 최우수상, 제16회 한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 한국과학창의력 대회 금상, 22회 대구정보올림피아드 경시대회 금상 등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김군은 정보올림피아드에 출전하기 위해 틈틈이 문제를 풀고 부족한 부분을 다시 암기했다. 예전에 학원을 다니면서 배운 지식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또 과학지식을 쌓기 위해 어릴 때부터 과학잡지를 꾸준히 읽으면서 교과서 내용 외에 다양한 과학 상식을 키워나갔다.

고1 때부터 들어간 교내 영재반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책을 읽고 난 뒤 그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논술수업이 무척 알찼다는 것. 카이스트 면접 때 영어 인터뷰를 무난히 끝낸 것도 평소 영재반 수업을 받으면서 학교 교사들이 뽑아준 기출 문제를 꾸준히 연습한 것이 한몫 톡톡히 했단다.

합격 비결을 묻자, 김군은 무엇보다 '창의력'이라고 수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평소에 김군은 발명과 관련한 창의노트를 작성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우산을 들고 다니기가 귀찮잖아요. 가방에 부착해 다니면 좋겠다 싶어 이를 메모해 컴퓨터에 저장해놓죠. 그런 뒤 한 번씩 시간날 때마다 그걸 보고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죠."

이 뿐만 아니다. 어떤 문제를 접했을 때 김군은 교과서대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도출방법을 고민하고 도전해보는 것. 그렇다 보니 답은 해답지와 똑같은데 풀이과정이 다른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시지고 장동만 교장은 "과학고 학생이 아닌 일반계고 2학년 학생이 카이스트에 합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며 "우수학생 심화과학반 운영 등 학교 자체적인 영재교육과 함께 창준군의 꾸준한 노력이 결실을 봤다"고 말했다.

▲ 교과내용 생활과 접목…성화여고 장지은양

대구 성화여고 2학년 장지은(17)양은 준비된 '카이스트생'이다. 카이스트 입학을 목표로 중학교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단계를 밟은 것. "중2 때 '교회 비전 캠프'에 자신의 미래 이력서를 쓰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카이스트에 입학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학자가 되겠다고 적었죠."

장양은 중학교 때부터 카이스트에 대한 여러 언론보도를 보면서 '이 대학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카이스트는 외국인 교수가 다른 대학에 비해 많은데다 전 교과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유학 기회도 많아 장차 미국 MIT대학원에 진학하려는 꿈을 이루는 데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김양은 "중학교 때는 카이스트 홈페이지를 수시로 드나들었고 고교생이 된 뒤에는 거의 매일 접속할 만큼 간절했다"고 털어놨다.

장양은 강화된 면접에 대처하기 위해 올해 초 마음 맞는 학교 친구들 10명가량을 모아 수학토론방을 만들었다. 일주일에 한차례 주어진 과제를 갖고 서로 머리를 싸매고 토론을 했다. "수학토론방을 하면서 한 문제를 갖고 며칠을 고민하기도 하고 다른 학생들의 풀이 방법 등을 참조하기도 했죠. 이를 통해 사고력과 발표력, 협동심 등을 기를 수 있었어요."

또 포스텍 운영 캠프나 카이스트 운영 캠프 등 여러 캠프를 다니면서 입학 정보를 얻고 본인에게 동기부여도 할 수 있었다.

장양은 자기주제 발표 시간에 중3 때 전교 회장을 한 경험을 강조했다. 전교회장 회의에서 사회를 맡은 것이나 학생들을 이끌면서 여러 봉사활동을 한 것 등 리더십과 봉사정신을 알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부분을 이야기한 것. 틈틈이 인터넷을 통해 신문을 읽으면서 광우병이나 멜라민 등 과학적 이슈들도 꼼꼼히 확인하고 이를 교과목과 연결시키도록 노력했다.

장양은 카이스트 합격을 위해선 자신감과 창의성이 무척 중요하다고 되뇌었다. "5분 동안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뭔가 참신한 표현이 필요했죠. 저는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고 가정하고 발표했죠. 이를 말할 때 기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보도를 하듯 했죠."

장양은 면접 때 다소 황당한 질문도 있기 때문에 평소에 교과 내용을 생활과 접목시켜 사고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난로를 보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또는 확성기는 어떻게 소리나는지 등을 고민한다는 것. "면접 때 '경부고속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100㎞인데 왜 그러냐'는 질문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당황하지 않고 기본적인 지식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지형의 지리조건과 몇 ㎞로 달릴 때 가장 안전한지 등을 설문조사해서 평균값을 구한 것이라고 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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