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 반응과 이구택 회장 거취 영향은?

검찰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의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2005년 세무조사와 관련, 이 전 청장 등 국세청 인사들과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면서 대구지방국세청을 전격 압수수색, 포스코 그룹이 술렁이고 있다.

◆ 이미지 손상 불가피

포스코 측은 "의심살 일이 없고, 더구나 부적절한 거래 등 경영진이 의혹을 살 로비는 결코 없었다"며 의혹을 강력 부인하지만 수사과정에서 회사와 경영진의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포스코가 검찰로부터 받고 있는 의혹은 2005년 세무조사 때 추징금 등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로비를 벌인 흔적이 있다는 것. 당시 포스코는 1천7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이는 국세청 개청 이래 최대 규모였다. 또 포스코 직원들도 연말정산에서 허위 기부금 영수증 제출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부당 환급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환급금 가운데 상당액을 자진 반납하는 등 파문을 빚기도 했다.

당시 세무조사 과정에서 포스코는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탈세는 없었으며 일부 세금이 누락된 부분이 있었다면 이는 관례적인 부분이거나 업무처리 과정의 착오에 기인한 것일 뿐이라며 국세청의 조사에 성실하게 응했고 이후 추징금 납부 등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구택 회장이 수사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 정도로 메가톤급 로비의혹이 제기되자 그룹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사 측은 "당시 모든 업무를 원칙대로 처리했을 뿐"이라는 짧은 공식 답변만 내놓은 채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검찰을 주시하고 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이구택 회장과 회사도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포스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기업으로 윤리경영을 기업의 최고 이념으로 삼고 있는데 세무조사를 무마 축소하기 위해 경영진이 특정인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포스코는 특정 지배주주(오너)가 없는 국민기업인데 추징금 축소 등을 위해 로비를 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일부 경미한 업무상의 실수가 나올지는 몰라도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책임있는 관계자들의 로비사실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포스코 임직원들은 최대 규모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한수양 전 사장이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는 등 개인 비리로 임기 중 불명예 퇴진한 지 불과 보름 만에 모기업인 포스코가 로비의혹을 받고, 이구택 회장의 이름이 거명되는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다른 의도 있나?

포스코 이구택 회장이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3일 오후 검찰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상대로 포스코그룹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잡고 대구지방국세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이 같은 의문을 갖고 포스코를 주목했다.

일부 언론은 '후계구도'를 언급하며 앞서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코 핵심 관계자들은 4일 "턱없는 소리 마라. 우린 아무 문제 없다"며 근거없는 추측의 확산을 경계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의 대표이사 회장에 연임돼 임기는 2010년 2월 주총 때까지다. 회사 관계자들은 "검찰이 알아본다고 해서 다 범죄자인 것도, 사법처리되는 것도 아닌데 근거없는 추측으로 글로벌 기업의 경영에 해를 입힐 수 있는 말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 회장은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듯 앞으로도 회사와 국가경제를 위해 본분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 고위 관계자는 "그럴(로비를 할) 이유가 없다. 포스코는 정부와 시민단체, 모든 국민들이 인정하는 투명기업이다. 막말로 사주도 아닌 전문 경영인이 모범 납세자 상을 받을지언정 세금을 깎기 위해 개인 차원의 거래를 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적어도 현재까지 포스코의 구성원들은 이 회장의 국세청 로비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거나 뭔가 다른 배경이나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으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박태준 회장(현 명예회장)이 고초를 겪었고, 김만제 전 회장이 김대중 정부 출범 전후, 유상부 전 회장이 노무현 정부 출범과 때를 같이 해 각각 물러났던 것의 연장 선상에서 이번 사안을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사실 이런 추측은 적어도 포항에서는 올 초부터 '과거의 관례'를 들어 입에 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은 4일 포항에서 열린 회사 행사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포스텍 대강당에서 개막한 회사 구성원들의 혁신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행사인 'IF(Innovation Festival·이노베이션 페스티벌) 2008' 행사에 예정대로 나와 직원들과 인사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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