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40대 남성에게 3년 전 한쪽 신장을 기증했던 강모(55)씨. 지난해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려다 깜짝 놀랐다. 보험설계사가 "신장에 손상이 있으면 관련 질병에는 보험가입 혜택을 볼 수 없다"고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신장을 내주면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았고 다만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만 가졌던 강씨였지만 곤혹스러워진 형편은 어쩔 수 없었다.
자기 신체를 통해 나눔의 소중함을 실천한 장기(臟器) 기증자들이 보험 가입조차 하지 못하는 등 남모르는 차별과 불이익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들의 헌신이 오히려 '장애'로 남는 현실 때문이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장기이식 대기자는 1만7천868명이지만 이식받은 사람은 1천200여명(6.7%)에 불과하다. 기증 희망자 수도 갈수록 줄어드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표 참조
이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장기 기증에 따른 공공연한 차별이 이유로 분명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게 기증자 및 수혜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11일 오후 대구 북구 태전동 한 예식장에서 열린 장기 기증자 및 수혜자 모임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장기를 떼어준 기증자와 장기이식으로 새 생명을 찾은 수혜자 등 60여명이 자리를 같이 하면서 수혜자들은 기증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기증자들은 좋아서 한 일이라며 겸손을 내비친 자리에서였다.
이들은 "기증자들은 대가를 바라지도 않지만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더더욱 안된다"며 "장기 기증 문화를 활성화시키려면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영기 새생명나눔회 대구경북지회장은 "장기 기증자에게 대한 취업 제한, 강제퇴직 및 보험가입 거부 같은 차별이 하루빨리 없어져야 기증 희망자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신상진 의원(한나라당)이 장기 기증자에 대한 차별을 할 때 해당 업체에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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