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가카페] 여의도 대기령…지역구 관리는 부인몫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벌어진 여야 대치가 지난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국회의원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말연시는 지역구내 각종 행사가 쏟아지는 시기다. 그런데 비상대기령이 떨어져있어 지방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은 휴일에도 지역구에 가지 못하고 있다. 휴일에도 의원총회를 열어 소집하기가 일쑤여서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당지도부의 영을 거스르기가 어렵다.

대구경북지역 의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지역의원들 얼굴을 보기가 만만치 않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아예 국회에 살다시피하고 있다. 당직을 맡고있건 그렇지 않건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역의원들은 연말 지역구 챙기기를 부인들에게 일임하다시피 하고 있다.

해머와 전기톱까지 난무하는 장면이 보도된 뒤로는 지역구에 가는 것이 두렵다는 의원들도 생겼다. 직접 해머를 들고 외교통상위 회의실 문을 여는데 앞장서는 장면이 찍혀 국회사무처로부터 고발되기도 한 민주당 문학진 의원의 사무실과 홈페이지는 이를 비난하는 지역구민과 네티즌들이 많다고 한다.

○…연말연초를 이용, 의원외교 일정을 잡아둔 지역의원들도 해외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예산안을 처리한 후에는 관례적으로 해외에 나가곤 했던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위원들도 해외일정을 취소했다. 기획재정위에서도 연초 2개조로 나눠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둘러보는 해외일정을 마련했지만 실제로 출국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국회정보위도 연말에 동구권 등으로 의원외교 일정을 계획했다가 전면취소했다. 1월초까지 출국할 수 없는데다 야당의원 동참없이 여당의원만으로 떠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의원들이 연일 국회주변에서만 대기하면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효과도 생겼다. 여의도 주변을 떠나지말라는 원내지도부의 대기령덕에 외부인사와의 약속대신에 동료의원들과 자주 만나다보니 동료의원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 초반 대여투쟁을 하면서 처음으로 농성에 참여했던 5, 6명의 초선의원들은 '초농회'를 만들어 재선이 된 요즘도 자주 만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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