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철가방 30년…행복도 배달" 배달의 달인 김상일 씨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30년째 중국 음식점에서 배달일을 하고 있는 김상일씨가 달서구청 사무실에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30년째 중국 음식점에서 배달일을 하고 있는 김상일씨가 달서구청 사무실에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철가방이 제 평생의 운명이지요. 저는 즐거운 철가방입니다!"

대구 달서구에는 '스마일 철가방'이 살고 있다. 늘 웃음을 달고 살아 한번이라도 자장면을 시켜본 손님들은 그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남보기에 폼나지도 않고, 추우나 더우나 오토바이 운전대를 잡고 온 동네를 돌아다녀야 하는 일이지만 자부심은 누구 못잖다.

행복 바이러스의 주인공은 30년째 중국음식을 배달하고 있는 김상일(46·달서구 본동)씨. 경북 의성에서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도시에서 더욱 많은 인생의 기회를 얻고자 무작정 대구로 왔다. 30년 전 열여섯에 중구 동인동 한 중국음식점에서 잡은 철가방이 천생의 인연이 됐다.

그의 하루는 오전 9시 배달용 오토바이 점검에서부터 시작된다. 연료 체크에서 브레이크, 오일까지 꼼꼼히 살핀다. 배달 일은 고되다. 바쁠 때는 장갑조차 낄 새 없이 오토바이 운전대를 잡는다.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엔 항상 두 손이 빨갛다. 승강기도 없는 5층 상가 건물을 하루에도 수없이 오르내리고, 밀려오는 주문에 식사시간을 놓쳐 불대로 분 자장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도 다반사. 오후 9시쯤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면 배달한 곳이 100곳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하루에 한두 가지씩 손님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우스갯소리를 챙기는 일도 잊지 않는다. "제가 찡그리면 손님들 음식도 맛이 없어져요." '즐거운 철가방'도 손님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김씨가 현재 직장에서 배달을 한 지 7년. 월성동 일대는 그의 손바닥 안이다. 아무리 구석진 곳도 10분 안에 도착하는 자타공인 '배달의 달인'이다. 주소만 봐도 누가 사는지 안다. 어려운 노인들이 배달을 시키면 자장면 보통도 곱빼기처럼, 단무지도 하나 더 챙긴다.

시련도 있었다. 10여년 전 인근 아파트에 배달을 하고 돌아오다 자동차와 부딪쳐 크게 다쳤다. 하지만 철가방을 놓지 않았다. "병원에 누워 있을 때도 단골 손님들 얼굴이 아른거렸어요. 두 딸과 아내 얼굴을 떠올리며 빨리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했어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월급에서 몇만원씩 떼내 복지관 등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김씨는 자신의 인생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17년 전 결혼 때 몇만원짜리 월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것에 비하면 지금 2천만원짜리 전셋집은 대궐이다. 여느 배달원보다 훨씬 많은 급여도 그의 성실함 덕분이다.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조금씩 저축도 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 가게를 갖고 싶은 소망도 있다.

"자기 욕심 때문에 남한테 못할 짓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제 일이 한번도 부끄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를 세상 최고의 남편과 아버지로 생각해 주는 가족들이 있어 더 힘이 납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4주 연속 하락해 51.5%를 기록했고,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스타벅스 코리아는 마케팅 논란 재발 방지를 위해 오는 22일 전국 매장에서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교육을 실시한다. 신세계그룹은 17일 역사 ...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비상임위원 7명이 청사에 출입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며 의문...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