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2천800명에 해고 통지' '스타벅스, 300개 업장 폐쇄 7천 명 감원' '미국기업 감원 한파…지난해 총 감원규모 240만 명에 이를 듯'….
신문이나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 그러나 더 이상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기사의 제목들이다. 안 그래도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다'라는 自嘲(자조) 섞인 마음으로 살얼음판을 걷듯이 하루를 살아가는 샐러리맨 입장에서는 이런 기사가 무섭기 그지없다. 혹시 社主(사주)가 '세계적인 대기업들도 이런 판국에…'라며 가차 없이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을 휘두르지나 않을까 하여 괜히 가슴이 조마조마하기 때문이다.
요즘의 해고 바람과 관련해 최근 세계적인 경제지 포천이 '해고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직장인 처신법'을 소개해 잠시 헛웃음을 짓게 한다. 현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데 감사하고 임금 인상이나 승진 등을 요구하지 말라, 감원된 동료의 일까지 스스로 떠맡아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라, 업무 문제로 고집을 부리지 말고 상사와 고민을 공유하라 등등이다. '당신이 쓰는 향수가 보스의 前妻(전처)가 좋아하던 향수라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캐주얼 차림 등 튀는 옷차림을 하지 말라'는 등의 시답잖은 이야기까지 섞어가며 충고하고 있는 이 기사의 요지는 단 하나이다. '보스에게 잘 보이는 것만이 해고의 칼날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조금 더 과장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조직이 아니라) 보스에게 충성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니 고도의 處世術(처세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명나라 말기에 홍자성이 지은 菜根譚(채근담)에 '徑路窄處 留一步 與人行(경로착처 유일보 여인행) 滋味濃的 減三分 讓人嗜(자미농적 감삼분 양인기) 此是涉世 一極安樂法(차시섭세 일극안락법)'이라는 글귀가 있다. '오솔길이나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을 멈춰 다른 이가 먼저 가게 하고, 맛이 좋은 음식은 좀 덜어서 다른 이가 맛보도록 양보하라. 이것이 세상을 사는 데 가장 안락한 방법의 하나이다'라는 뜻이다.
나름대로 합리적이라는 선진국이나 세상이 이처럼 복잡지도 않던 옛날에서조차 처세술은 늘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하물며 혈연, 지연, 학연이 앞서는 이 나라에서, 처세술의 '오묘함'을 배우지 못한 샐러리맨이라면 늘 '목'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운명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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