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대구 동성로의 소공연장 '라이브 인디'에서는 난치병을 앓는 10대 소년을 위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는 이정훈(14·입석중 2년)군이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등교조차 힘들어 늘 집에 있으면서도 "전자기타를 갖고 싶다.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온 이군을 위해 '한국메이크어위시(Make-A-Wish)재단'이 마련한 행사였다.
이군은 공연장에 들어서자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2개월 전 메이크어위시 재단 자원봉사자들이 집에 찾아왔을 때 소원을 이루고 싶다고 했지만 오늘이 바로 그날일 줄 몰랐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민경훈의 팬클럽 회원들에게서 꿈에 그리던 전자기타를 선물받은 이군은 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30여명의 가족과 친척, 친구들 앞에서 지금껏 닦은 기량을 선보였다. 처음 그에게 기타에 대한 꿈을 키우게 했던 '캐논 변주곡' 독주에 이어 경북대 학생밴드 '일렉스'와 함께 '아임 올라이트(I'm alright)' 합주 무대까지 펼쳤다. 이군은 "처음 선 무대라 부끄럽고 떨렸지만 기타를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분이 좋았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군 어머니 성주영(41)씨는 "지난해 12월 초 다른 환자 가족들에게서 소원을 들어주는 재단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신청했는데 곧바로 연락이 왔고, 이렇게 성대한 무대까지 꾸며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고맙다는 말만 연방 되뇌었다.
이군이 처음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이던 2002년 5월. 골수의 기능장애로 혈액이 잘 재생되지 않아 쉽게 호흡곤란이나 피로감이 생기고, 세균감염 위험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 역시 피해야 하는 난치병이어서 1년에 한두 차례만 등교하고 집에서 사이버 학습을 하고 있다.
이군 어머니는 "2년 전 사춘기였던 정훈이가 자신감도 잃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 기타 배우기를 권유했다"며 "건강이 악화돼 기타학원조차 다니지 못하고 집에서 인터넷 동영상으로 배운 실력이 저 정도일 줄 몰랐다"고 했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백혈병과 소아암, 희귀난치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의 소원을 이뤄줌으로써 병을 극복할 희망까지 선사하는 단체다. 2002년 11월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전국 973명 아동·청소년이 재단을 통해 소원을 이뤘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11월 말초신경이상으로 근육이 퇴행하는 희귀병을 앓고 있던 위유진(9)양이 서울에서 평소 만나고 싶었던 가수 알렉스와 함께 요리를 만든 것을 비롯해 지난 한 해 동안 19명의 아이들이 새 희망을 선물받았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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