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하하하 호호호

한국어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의태어나 감탄사가 넘칠 정도로 많은데, 이런 말들도 일본으로 전래하여 비슷한 말로 남아있다.

예를 들면, 냄새를 맡는 '킁킁'은 '쿵쿵'(くんくん), 늘쩡거리는 '시부적시부적'은 '시부시부'(しぶしぶ), 이야기가 '술술'은 '스라스라'(すらすら), 조용히 하라는 '쉿'은 '싯'(し-っ), 바람이 '살랑살랑'은 '사라사라'(さらさら), 방울이 '짤랑짤랑'은 '차랑차랑'(ちゃらんちゃらん), 맥없이 '터벅터벅'은 '토보토보'(とぼとぼ), 북소리의 '둥둥'은 '동동'(どんどん), 새가 '파닥파닥'은 '파다파다'(ぱたぱた) 등이다.

그리고 웃는 모습은 일본어에서는 모음이 5개밖에 없어서 '하하하(ははは), 히히히(ひひひ), 후후후(ふふふ), 헤헤헤(へへへ), 호호호(ほほほ)'의 5종류밖에 없다. 우리처럼 '흐흐흐', '끼륵 끼륵', 'ㅋㅋㅋ'하는 괴상망칙한 웃음은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1443년에 만든 글자로 '어린 백성이 자기 말할 바를 표현하고 싶어도 그 뜻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이 글을 만들었노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고, 그 이면의 목표는 유교의 기본정신인 '충효사상'의 심화 보급에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한글을 배우면 저절로 상하의 개념이 생기게 되어 있다.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 한국어는 영어의 알파벳처럼 그냥 단순한 배열이 아니고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야 하나의 문자가 된다.

남녀가 합해서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것처럼, 삼라만상이 음양이 합쳐서 된 것으로, 글자에도 그런 개념을 도입했던 것이다.

그리고 한글의 모음 배치도 '아, 야, 어, 여…'를 보면 금세 알 수 있지만, 여기에는 말의 중요도와 높낮이가 절묘하게 배치돼 있다.

예를 들면, 아버지의 '아'가 맨 윗자리에 있고 그 밑에 어머니의 '어', 그 아래에 형, 더 아래에 누나, 이런 배치는 그저 된 것이 아니고 의도적으로 만든 유교정신의 서열을 가미한 것이다.

웃음소리도 위로부터 열거하면 '하하, 허허, 호호, 후후, 흐흐, 히히'가 되는데, 여기서 '하하'는 남자의 웃음소리, '허허'는 그보다 낮은 남자의 웃음소리이고, '호호'는 여자의 웃음소리인데, 그보다 낮은 것이 '후후'이다.

그리고 더 내려가면 '흐흐'가 되는데 이는 뭔가 흉계를 꾸미는 못된 간신을 연상케 하고, '히히'가 되면 귀신이 씻나락 까먹는 웃음소리가 되고 만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그냥 웃음소리만 듣고도 그 주인공의 인물 됨됨이를 대강 짐작하는 것이다.

이렇듯 맑고 아름다운 말은 윗자리에, 어둡고 음침한 말은 아래 구석으로 몰아넣은 한글이야말로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천하의 명품으로 언어학 대회가 있으면 한번 내 보내고 싶을 정도이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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