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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안동의 어느 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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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 전 인사 청문회에서 눈물을 흘렸다. 부인 소유의 농지에 대한 투기 논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한 국회의원으로부터 "아드님이 계셨죠?"란 질문을 받고 한참을 답하지 못하다 결국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10여 년 전 서울대 법대에 다니던 아들을 잃은 慘慽(참척)의 눈물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먼저 보내는 참척의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은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孔子(공자)의 제자 子夏(자하)가 자식을 잃고 너무 슬퍼한 나머지 눈이 멀어 버렸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傷明之戚(상명지척)이란 말이 있을까.

조선 여류시인 허난설헌은 남매를 차례로 잃고 참척의 아픔을 담은 시를 지었다. "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다가/ 올해엔 또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중략)/ 피눈물 흘리며 슬픈 울음소리를 삼키노라." 애통함이 절절하다. 박완서는 소설 '한 말씀만 하소서'에 먼저 죽은 아들 앞에 선 어미가 하느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모습을 담았다.

참척과 함께 자식 잃은 부모의 아픔을 표현한 것이 斷腸(단장)이다. 중국 晉(진)나라 桓溫(환온)이 蜀(촉)을 정벌하기 위해 여러 척의 배에 군사를 싣고 양쯔강 중류 三峽(삼협)을 지나게 됐다. 한 병사가 새끼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왔는데 그 원숭이 어미가 백여 리를 뒤따라오며 슬피 울었다. 자식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애를 태우며 달려온 어미 원숭이는 배에 오르자마자 죽었고, 그 원숭이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자식 잃은 부모의 아픔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다. '기타의 신'으로 불리는 에릭 클랩튼은 네 살짜리 아들이 미국 뉴욕 맨해튼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후 아들에게 보내는 노래 '티어즈 인 헤븐'(Tears In Heaven)을 발표, 지구촌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안동에 사는 한 60대 부부가 6년째 안동고와 안동여고를 찾아 장학금을 기탁해 감동을 안겨줬다. 수박농사를 짓는 이 부부가 지금까지 전달한 장학금은 2천650만 원이나 된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을 가슴에 묻은 한을 장학금 전달로 달랜다는 것이다. 가난 때문에 대학을 보내지 못했지만 어엿한 사회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던 20대 꽃다운 아들을 잃은 이 부부의 아픔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으랴. 참척'단장의 아픔을 학생들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이 부부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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