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입법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도 여야 의원들은 서로 자리를 같이한다. 과거에는 막후정치(幕後政治)를 위해서 필요했다. 그 자리가 가끔 검은돈 전달을 위한 자리로 악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18대 국회 들어 여야 의원들이 함께하는 모임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여야 의원들이 취미 모임을 같이하는 것조차 '적과의 동침'으로 여길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17대 국회 때까지는 극한 대치 상황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각종 친목 모임을 통해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그래도 친목 모임과 취미 모임이 잇따라 결성되고 있다. 아무리 막후정치가 줄어들었다지만 당의 정서를 담은 감정보다 공적, 사적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모임은 '7인회'와 '10인회' 등 이름만 봐도 회원수를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최고위층 모임'과 '오성회' '돌밥회' 등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성격인지 모를 것도 꽤 있다. '낙동회'(영남 출신 재선 의원 모임)와 '삼수회'(매월 셋째 주 수요일 모임)처럼 명칭을 통해 모임의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기우회'와 '서도회' 등은 명칭 그대로 바둑과 서예를 좋아하는 의원들의 동호회다.
'최고위층 모임'은 의원회관의 최고층인 8층에 자리 잡은 의원들이 참여한다. 8층이기 때문에 매달 8일 점심을 함께하는데 회원수가 23명이나 된다. 김성조(구미갑) 한나라당 의원이 회장이며 같은 당 조윤선(비례대표) 의원이 총무를 맡고 있다. 조 의원은 지성과 미모를 겸비했고 대변인으로 역할이 커 모임에서 늘 인기를 끈다. 조 대변인은 법조인이자 금융인이란 경력을 갖고 있는데 최근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시공사)란 책을 내 정치인이 쓴 책으로 공전(空前)의 히트를 했다. 이 때문에 최고위층 모임 회원들의 문화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과 이명규 의원(대구 북갑) 등은 매달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는 고정 멤버다.
'오성회'는 한나라당 의원 중에 김씨 성(姓)을 가진 의원들 중 이름 가운데에 '성'자가 들어가는 다섯 의원들이 결성했다. "정말 모임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란 시샘 아닌 시샘을 샀다. 김성조, 김성회(경기 화성갑) 김성태(서울 강서을) 김성식(서울 관악갑) 김성수(경기 양주·동두천) 의원 등 5명이다.
'돌밥회'는 '돌아가면서 밥을 사는 모임'의 줄임말이다. 한나라당 내 차세대 주자를 꿈꾸는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과 박진 임태희 권영세 의원 등 쟁쟁한 멤버 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에 대해서 회원 면면은 멋진데 작명이 다소 촌스럽다는 반응을 낳았다.
'7인회'는 한나라당 소속 55년생 초선 7명의 모임이다.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고, 이철우(김천) 김성회(경기 화성갑) 박보환(화성을) 안효대(울산 동구) 윤영(경남 거제) 유일호(서울 송파을) 의원 등이 수시로 모임을 갖는다.
민주당에는 '10인회'가 있다. 전병헌(서울 동작갑) 우윤근(전남 광양) 의원 등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의 재선 의원 모임이다. 지난 1월 초순 태국으로 골프를 치러갔다가 파문을 불러일으킨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민주당 이낙연(전남 함평·영광·장성) 강창일(제주 갑) 의원 등 8명은 '52년생 용띠 모임'을 하고 있다.
민주당의 60세 이상 의원들도 '민주 시니어' 모임을 만들었다. 박상천(전남 고흥·보성) 문희상(경기 의정부갑) 강봉균(전북 군산) 박지원(전남 폭포) 의원 등 9명이 멤버다.
대학 입학 연도가 같은 여야 의원들의 '학번 모임'도 여럿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민주당 원혜영(경기 부천 오정) 의원 등은 '70학번'모임을, 한나라당 원희룡 나경원 의원과 민주당 서갑원(전남 순천) 조정식(경기 시흥을) 의원 등은 '82학번 모임'을 갖고 있다.
'초롱회'라는 이름도 이색적이다. 17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국회에서 농성을 한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의 모임으로, 주성영(대구 동갑) 유승민(대구 동을) 나경원 최구식(경남 진주갑) 의원 등이 가입돼 있다. 초롱회 작명은 주 의원이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대구에 있는 초월회(매월 첫째 월요일 만나는 젊은이들 모임)에서 커닝했다는 것이 측근의 귀띔이다.
바둑을 좋아하는 여야 의원 22명이 가입해 있는 '기우회'에는 박종근(대구 달서갑) 의원이 고정 멤버다. 박 의원은 아마 3단의 실력을 갖고 있어, 아마 5단인 무소속 이인제(충남 논산·계룡·금산) 한나라당 이종구(서울 강남갑) 원유철(경기 평택갑) 의원 등과 함께 고수급으로 꼽힌다.
붓글씨를 쓰는 '서도회'에서는 한나라당 이병석(포항북) 이한성(문경·예천) 의원과 대구 출신인 민주당 김부겸(경기 군포) 의원 등이 활동하고 있다.
'국회의원 축구 연맹'은 70여명이 가입된 메머드급이다. 축구협회장을 지낸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이병석(포항 북) 이인기(경북 성주·고령·칠곡) 의원 등 축구를 좋아하는 의원들로 모였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밖에 종교별 모임인 연등회, 가톨릭회, 기독교 모임 등도 있으며, 친이(親李) 친박(親朴)의 물밑 모임들도 눈에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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