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사모' 한나라 후보 낙선운동 파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4월 경주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사실상 낙선운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박사모 카페 게시판에 올라 있던 '3월 20일, 오후 2시…. 가자, 경주로'라는 공지글이 19일 삭제됐다. 공지글은 4·29재보선에서 경주에 출마한 친박계 정수성 후보 사무소 개소식 참가를 독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관위 측은 "선거법 위반이라기보다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사모는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은 부디 정종복 전 의원을 공천해 주시길 바란다"며 "우리는 지난 총선에서 5적을 정해 4적을 잡았고, 하나 남았던 1적도 재판을 통하여 설욕했다. 정 전 의원과의 한판은 운명을 건 단판 승부가 될 것이다"라고 '격문성' 글을 실었다.

그러나 정작 박사모의 '주체'인 박근혜 전 대표는 박사모와 행보를 달리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0일 경주에서 열리는 박씨 문중 최대 행사인 '신라시조대왕 춘분대제 봉황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한나라당 내에서 '잘한 결정'이란 반응을 이끌었다. 박 전 대표가 경주에서의 친이-친박 구도 재연을 막고, 친이계 인사를 끌어안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였다. 이상득 의원 역시 자신의 최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이 지난달 21일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박 전 대표와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처럼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이 불(不)경주행을 택해 당내 화합 분위기가 무르익는 시점에서 박사모의 낙선운동 움직임은 돌출 행동으로 비쳐지고 있다. 대구경북 친박 좌장격인 박종근 의원(대구 달서갑)은 "박사모는 친박 의원과 별개로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이라고 전제한 뒤 "박 전 대표의 뜻을 잘 읽어서 처신했어야 했다. 경주 박사모 회원이라면 또 모르지만 전국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낙선운동 표적으로 거론된 정종복 예비후보는 "박사모의 행동은 정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경주시민들의 관심은 친이-친박 갈등이 아니라 누가 경주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냐에 있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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