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개숙인 盧 전대통령…천리길 무거운 발걸음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서울로 향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태운 버스(왼쪽 앞에서 두번째)가 경찰차의 호위속에 30일 오전 중부내륙고속도로 고령1터널 주변을 지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서울로 향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태운 버스(왼쪽 앞에서 두번째)가 경찰차의 호위속에 30일 오전 중부내륙고속도로 고령1터널 주변을 지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혼잡 속에 비장함...'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출두를 위해 집을 나서던 30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삼엄한 경비 속에 수백여명의 취재진과 1천여명의 주민, 노사모 회원들이 몰려들어 큰 혼잡을 빚었다. 노 전 대통령은 애써 여유를 찾는 모습이었고, 봉하마을은 '노무현'을 연호하는 주민들과 노사모 회원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천리길 떠난 노 전 대통령

30일 오전 8시 정각.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4일 형 건평씨 구속 이후 칩거에 들어간 지 4개월 만의 공식적인 자리다. 노 전 대통령은 사저에서 도로까지 20여m를 승합차로 이동한뒤, 미리 준비한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짙게 선팅이 돼 있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버스에 타기 직전 노 전 대통령은 씁쓸한 미소를 띄며 취재진에 다가섰다.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인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죄송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긴뒤 가벼운 목례를 하고 천천히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노 전 대통령은 버스에 올라타려다가 폴리스라인을 따라 길가를 가득 메운 지역 주민들과 노사모 회원들이 '노무현'을 연호하자 뒤를 돌아 잠시 손을 흔든 뒤 탑승했다. 버스에는 문재인 전 민정수석과 김경수 비서관 등 수행원과 경호원 등 5명이 동승했다.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가 출발하자 승용차 등 경호팀 차량 8대가 둘러쌌고, 언론사 차량 6대도 뒤를 따랐다. 하늘에서는 방송사의 중계용 헬리콥터가 현장 주변과 노 전 대통령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동창원IC를 통해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구마고속도로 진입한 뒤 현풍, 김천을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통해 강남구 서초동 대검까지 직행했다. 앞서 경찰은 밀양역에서 KTX를 이용해 출석해 줄것을 요청했지만 경호 상의 이유를 들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 행렬은 막힘없이 질주해 불과 10분만에 동창원IC에 진입했다.

◆배웅에 나선 주민과 노사모 회원들

이날 오전 봉하마을은 전날 저녁부터 몰려든 노사모 회원들과 지역 주민들로 북적였다. 노사모 회원들은 도로를 따라 노란 풍선을 매달고 촛불을 켜 놓는 등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노사모 회원들과 주민 400여명은 노란 스카프를 매고 노란 장미를 흔들며 노 전 대통령을 연호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출발하기 1시간 전부터 시위를 벌이며 이명박 정부와 검찰을 비판했다. 이들은 현수막을 들고 사저 앞까지 행진한 뒤 "정부와 일부 언론이 노무현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편파 수사 중단 등을 요구했다. 사저까지 행진을 한 주민들과 노사모 회원들은 도로가에 줄지어 선 뒤 노란 장미꽃잎을 떼내 도로위에 뿌리기도 했 다. 주민 허창수(76)씨는 "큰 잘못도 아닌데 소환까지 한다는 건 정치적 쇼"라며 "정부를 향한 주민들의 섭섭함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노사모 회원들은 떠나는 노 전 대통령의 뒷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정치팬클럽이라는 김정준(29·포항)씨는 "검찰 수사가 잘못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일부 노사모 회원들은 일부 방송과 신문 등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봉하마을에 설치된 KBS 현지 중계 스튜디오 앞에서 욕설을 퍼부으며 항의했으며 일부러 풍선을 터뜨리거나 나무판을 던지기도 했다. 한 노사모 회원은 "KBS는 권력에 영혼을 팔았으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엄한 경호와 치열한 취재 경쟁

봉하마을은 이른 오전부터 경찰 병력들이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내 외곽 경비를 강화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전 5시가 되기 전부터 몰려든 취재진으로 마을 주차장은 만원 상태였다. 경찰과 국가정보원 등 경호 관계자들은 폴리스라인을 촘촘히 둘러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취재 경쟁도 뜨거웠다. 사저 앞에는 방송사들의 지미짚 카메라(카메라를 크레인에 실어 위에서 아래로 중계하는 방송장비) 4대가 동원돼 소환에 응하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KBS 등 일부 방송사들은 봉하마을 입구에 현지 스튜디오를 만들고 생중계했다.

이날 봉하마을에 모여든 취재진의 규모는 300여명을 훌쩍 넘겼다. 70여대를 댈 수 있는 마을주차장은 취재진 차량으로 가득 찼고, 20여대의 방송사 중계차량은 마을 도로 곳곳의 목좋은 곳에 미리 진을 쳤다. 경찰은 마을을 찾은 차량들은 모두 뒤편 농로에 주차하도록 유도했다.

김해 봉하마을에서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장 대표를 중심으로 결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세계, 현대, 롯데 등 유통 3사가 대구경북 지역에 대형 아울렛 매장을 잇따라 개장할 예정으로, 롯데쇼핑의 '타임빌라스 수성점'이 2027년,...
대구 지역 대학들이 정부의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에 따라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