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출발하기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없다"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날 오전 8시쯤 김해 봉하마을 사저 앞에 감색 양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노 전 대통령은 취재진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다. 잘 다녀오겠다"며 세 마디의 짤막한 소회만 밝힌 뒤 버스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는 오전 8시 2분께 봉하마을을 출발해 남해고속도로, 구마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거쳐 서울 강남구 서초동 대검 청사까지 직행했다. 당초 출발 예정시각이었던 오전 7시보다 1시간가량 늦어졌다.
오전 일찍부터 봉하마을을 찾은 '노사모' 회원과 마을주민, 지지자들은 노란 풍선과 목도리를 흔들고, 노란 장미꽃을 뿌리며 '노무현'을 연호했다.
이날 오후 대검 청사에 도착한 노 전 대통령은 형 건평씨가 조사받았던 1120호 특별조사실에서 변호인 입회 아래 우병우 중수1과장 등 수사진에게 신문을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07년 6월 29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을 통해 대통령 관저에 전달한 100만달러와, 2008년 2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달러 등 총 600만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박 회장에게 직접 돈을 요구했는지, 돈이 오간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이 돈이 재임 중 제공한 각종 혜택에 대한 대가가 아닌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의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 수주과정과 경남은행 인수 시도 때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600만달러와 '직무 관련성'이 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100만달러와 12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몰랐으며 500만달러는 퇴임 후 알았지만 정상적인 투자금"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조사가 끝나는 대로 노 전 대통령을 귀가시킨 뒤 내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다음주 중 구속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기소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의견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해 불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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