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시절 앨빈 토플러가 쓴 '제3의 물결', '미래의 충격' 등 미래학에 관한 책들에 관심이 가더군요. 법서만 읽던 제겐 새로운 세상이었죠. 당시에는 인터넷이란 말도 낯설었지만 인생을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직(46) KT 법무담당 상무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정보통신 분야 전문 변호사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997년 정보통신부 1호 공무원 변호사(통신위원회 재정과장)로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뒤 줄곧 한 우물을 팠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전자거래분쟁조정위 위원을 맡고 있으며 법률 잡지인 'Chambers Asia'에선 기술'미디어'텔레커뮤니케이션 분야 최고 변호사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무턱대고 정통부 총무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연수원을 나오면 대부분 변호사로 개업하는 분위기였는데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하니 조금 신선했나 봅니다. 저로서는 전문성도 키우고 공익에도 기여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죠."
정보통신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던 당시 통신사업자 간 분쟁을 조정하고 소비자 이익 증진을 위한 법제도 개선, 통신시장 불공정행위 시정 등을 이끌었던 그는 1999년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옮겨 로펌 변호사로 변신했다.
"공무원 생활도 만족스러웠지만 새로운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선 '수영도 못하는 놈이 웬 태평양이냐'고 하시기도 했지만 전 '블루 오션'을 찾아 떠난 거죠. 10년이 지나다보니 이제는 스스로도 전문가라 우기게 됐습니다. 하하하."
로펌에 근무하면서 KT프리텔과 한솔엠닷컴 합병, 하나로텔레콤 외자 유치, KT 위성방송사업 허가, 전력산업 구조개편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깊숙이 참여했던 그는 지난달 1일 KT로 옮겼다. 이석채 KT 회장이 능력 제일주의를 원칙으로 추진하고 있는 외부 전문가 중용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솔직히 연봉으로만 따지면 로펌 변호사가 더 낫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자문자'에 머물지말고 기업 경영 현장을 직접 겪어보고 싶었습니다. 권투선수도 움직여야 때릴 수도 있고 주먹을 피할 수도 있지않습니까? 그냥 서 있으면 치열한 링 위에서 KO 돼버리겠죠."
안동 풍산이 고향인 이 변호사는 대구 영진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와 1994년 사법시험 26기에 합격했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아들이 학교에서 아빠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해보라는 질문을 받고 '테레비 보고 잠만 자요. 술도 먹어요'라고 대답했다는 말에 정말 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우리 집 가훈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로 정했죠."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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