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대, 자율형사립고, 누가 유치할까?

'경북대냐 계명대냐' '계성학원이나 협성교육재단이냐'.

대구에서 약대(약학과) 신설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놓고 2개 대학과, 2개 사립학교법인이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약대는 우리가'

28년 만에 이뤄진 약대 신설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달 중 심사기준을 마련, 8월에 신청 접수 공고를 할 예정인 가운데 신설 정원 50명(사실상 1개 대학)이 배정된 대구에선 경북대와 계명대가 약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약대가 생기면 우수학생 유치는 물론 파생효과도 기대돼 대학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물론 심사기준에 따라 대구에 캠퍼스가 있는 경북 소재의 대구대, 대구한의대 등의 유치 가능성도 있다.

경북대는 국가적 연구개발 인력양성과 기초학문 분야에서 주도 역할을 하는 국립대에 약대가 설립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또 북구 학정동에 건립 중인 경북대칠곡병원 일대에 의·치의학전문대학원과 간호대 이전을 통한 메디컬타운 조성을 추진하고 있어 시너지효과 창출을 위해선 약대 유치가 절실한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의학·생명공학분야의 탄탄한 연구기반, 교수 중 약대 출신 및 약학박사가 9명인 점 등을 장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경북대는 14일 기존 약대설립추진위원회를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20명 규모로 확대 개편했다. 구동모 기획부처장은 "임상 약사보다는 연구인력 양성을 목표로 차별화된 유치 전략을 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명대는 지난달 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설립추진위를 구성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993년부터 10여년 동안 6차례나 약대 신설을 추진한 경험을 살려 유치전에 적극 뛰어든 것. 계명대는 성서캠퍼스에 의대·간호대 이전과 함께 장기적으론 동산의료원 이전 계획까지 있어 약대 운영에 필요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확보해 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 신약 및 진단시약 개발 등의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연구와 산업화 실적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약대설립추진위 민경진 부위원장은 "기독교 정신의 건학 이념을 살려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약학 인재 양성을 목표로 약대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성학원 vs 협성재단 '자사고, 우리가 적격'

대구에선 계성학원, 협성교육재단 등 2곳이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신청했으며, 조만간 확정된다. 절반이 탈락한 서울 상황을 볼 때 1곳만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

계성학원은 계성고를 '103년 전통의 명문고'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신청했다. 고교평준화 이후 점차 학교 위상이 떨어지자 2002년부터 자립형사립고 설립을 준비하는 등 변신을 꾀해 왔다. 계성학원은 대구에서 법정부담금 100%를 납부하는 2개 재단 중 하나라는 재정력을 발판으로 우수 교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서울의 '스타강사'를 초빙해 교육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자사고로 선정되면 2010년 3월 현재 학교에서 개교한 뒤 2011년쯤 서구 상리동으로 학교를 신축 이전해 쾌적한 면학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인표 교장은 "과거 100년의 명성을 잇고 새로운 100년을 맞기 위해 자사고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소선여중을 자사고(가칭 소선여고)로 전환 신청한 협성재단은 여학교이면서 전국 최소 규모(4~6개 학급)로 자사고 운영의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글로벌 시대 여성 지도자 양성을 설립 목적으로 한 이 학교는 미국의 명문 여학교 '하커데이 스쿨'(Hockaday School)을 모델로 무학년제, 교과교실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협성재단은 12개의 중·고교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교사 선발이나 순환 근무를 통해 자사고에 우수한 교사를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소선여중 폐교에 따른 인근 여중생 배정문제에 대해선 중학생 자원이 줄고 있어 2, 3년 뒤면 학생 배정에 큰 문제가 없지만, 자사고로 지정돼도 당분간 중학교를 4개 학급 규모로 유지할 방침이라는 것. 신철원 이사장은 "소수정예로 차별화된 프로그램의 자사고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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