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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어머니의 LP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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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음반의 불행은 1979년 네덜란드 필립스사가 개발한 콤팩트디스크(CD)에서 시작됐다. 첫 CD 음반이 나온 81년 말만 해도 CD플레이어 개발이 안 됐고 값도 비싸 LP는 오래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CD플레이어가 나오고, CD 발매가 보편화하면서 LP는 사양길을 걸었다. 미국과 유럽은 80년대 후반, 국내에서는 90년대에 들면서 LP 음반 제작이 중단됐다. CD가 나온 지 10년을 전후로 LP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끝난 것 같던 LP가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CD와의 미묘한 음질 차이와 옛것에 대한 그리움, 희귀성이 겹치면서 수요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처럼 밀리언셀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LP를 찾는 애호가와 마니아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인터넷이 보편화돼 정보 교환이 쉬워지면서 희귀 LP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외국의 경우 60, 70년대에 소량 발매된 일부 음반은 중고 사이트에서 수백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LP 수집가들 사이에는 일화가 많다. 귀한 음반을 어렵게 구한 무용담이나, 우연히 산 음반이 희귀품이었다는 횡재담이 대부분이다. 지난달 말 미국 새크라멘토에 사는 폴 캠프필드(68)는 약 70㎞ 떨어진 서터 크리크의 골동품 가게에서 30년 전에 사망한 자신의 어머니를 만났다. 싼값에 구입한 여러 LP 음반이 바로 어머니인 메이 레이니가 소장했던 것이었다.

194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까지 캠프필드는 어머니, 계부와 함께 캘리포니아의 산 로렌조에서 살았다. 부모는 음악과 춤을 좋아해 댄스홀에 가거나 집에서 친구들과 즐기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방문한 친구들은 함께 듣던 음반의 상표에다 기록을 남겼는데 이번에 캠프필드가 구입한 것도 그 중 몇 장이었다. 그가 공개한 한 음반에는 타이핑으로 미시즈 메이 O. 레이니라는 어머니의 이름과 산 로렌조의 주소가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 음반은 캠프필드가 살았던 산 로렌조에서 이사를 갔던 레딩, 그리고 골동품 가게가 있는 서터 크리크까지 수백㎞를 50년에 걸쳐 떠돌다가 그 후손의 손에 안착했다. 옛것을 좋아하는 빈티지 컬렉터(Vintage Collector)로서는 좋은 이야깃거리가 하나 생긴 셈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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