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지식과 혁신을 경제의 새로운 원자재로 요구하는 시대다. 지식을 새롭게 만들어 내고 응용할 수 있는 노동력의 개발 및 육성시스템이 요구되는 시대이며 기존의 틀에 대한 끊임없는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다. 기술의 발전이 긴 주기로 이루어지던 과거와는 달리 원자재의 소유와 생산설비의 확대만으로 경제적 성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통적 산업사회가 이러한 지식기반경제로 넘어감에 따라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개인과 집단의 혁신역량이 보다 유연하고 보다 신속하게 증진될 것이 요구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응해 오늘날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상의하달의 경제개발전략에서 지방분권, 지역주도, 중앙지원의 파트너십 방식으로 경제정책운용의 틀을 바꾸어 가고 있다.
지방정부와 지역의 혁신주체들이 파트너십을 형성해 지방주도로 경제사회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 시대적 추세라고 할 때 과연 성공모델은 어떠해야 하며 어느 나라 어느 지방에서 발견될 수 있는가? 지역혁신시스템의 모습은 해당국가와 지역의 산업특성과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어느 한 지역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모범답안 성격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북미대륙과 유럽선진국의 지역혁신시스템 사례연구에 참여해 본 경험을 통해 필자는 몇 가지 흥미로운 공통요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대구경북의 지역경제발전전략과 관련해 유용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된다.
첫째, 위기 상황의 도래가 있었다는 점이다. 성공사례로 평가되는 지역혁신 시스템과 직무능력개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지역들은 흔히 국가와 지역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거나 붕괴위기를 맞게 되자 그것을 변화와 혁신의 계기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위기 상황만으로 변화와 도약이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많은 지역들이 변화에 대한 욕구는 있더라도 타성과 제도적 경직성에 갇히거나 상호불신의 걸림돌에 막혀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리더십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견해와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경제주체들의 역량을 조정, 통합하거나 결집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리더십은 성공적인 혁신사례를 볼 때 반드시 발견되는 요소이다. 열정과 인내심을 갖춘 지역사회 리더들의 존재는 이해관계자들의 역량을 결집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특히 노사 관계가 협력과 상생의 문화를 토대로 원만하게 유지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셋째, 생산적이고 혁신지향적인 정부의 존재다. 정부가 생산적이고 혁신지향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핵심 파트너로서 참여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지역사회의 핵심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이러한 파트너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력관계에 있는 여러 조직 사이에 비전의 공유가 있어야 한다.
넷째, 인력유치에 유리한 거주환경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샌디에이고를 비롯해 세계 여러 곳의 혁신클러스터들은 자연환경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며 교육시설과 주거환경을 개선해 외부의 우수인력과 기관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을 보게 된다. 대구경북이 외국인 정주환경 개선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끝으로, 경쟁력과 지역사회에 대한 비전을 가진 대학과 연구소가 인접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으로 발견되었다. 지역혁신전략을 논하는 데 있어 사회적,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감안하면서 선진국 성공사례의 유용한 요소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볼 때 이 마지막 요소에 특히 주목하게 된다. 대구경북에는 다행히 다수의 우수한 대학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은 연구와 인재육성을 통해 지역산업의 인력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학들은 지역사회와 지역경제의 혁신을 모색하는 의지와 비전을 강화해야 한다. 혁신을 창조할 수 있도록 스스로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세계수준의 경쟁력 확보에 보다 힘써야 한다. 아울러 팀워크를 알고, 창의적 사고를 하며, 고 숙련 직무능력을 갖춘, 스스로 평생학습이 가능한 21세기형 지구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더욱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하는 대학, 비전을 보이는 대학에 대해 정부는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대구경북 경제를 넘어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병완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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