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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조 들여다보기]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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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진 이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님을 언제 속였건대

월침삼경(月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秋風)에 지는 잎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요.

"내가 언제 믿음이 없어 임을 한번이라도 속인 적이 있나요/ 달마저 서천으로 기울어진 한밤중이 되도록 찾아올 듯한 기미가 전혀 없나요/ 가을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임의 발자국 소리로 들리는 것을 낸들 어찌 하리요"라는 뜻이다.

황진이의 작품이다. 생몰연대가 분명하지 않은데, 1511~1541년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심재완 정본시조대전) 서경덕, 박연 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고 자처했던 기생이다. 본명은 진(眞), 일명 진랑(眞女+郎), 기명(妓名)은 명월(明月)이었다. 개성에서 출생했고 조선 중종 때의 명기(名妓). 어릴 때 사서삼경을 읽고 시·서·음률에 모두 뛰어났으며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했다. 그는 많은 한시와 시조 6수를 남겼다. 단정할 수 없지만 그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시조 2수가 더 있다.

가을 긴긴 밤에 임을 그려 잠 못 이루는 외로움을 바람에 지는 나뭇잎 소리에 실어 노래하고 있다. 화자가 비록 화류에 몸을 담고 있는 기녀이기는 하나 결코 미덥지 못한 행동을 하거나 더욱 임을 속인 일도 없었다. 그런데 임은 오시지 않아 야속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한 것이다.

그 기다림이 얼마나 절실했기에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가 마치 임의 발자국 소리인 것처럼 들렸을까. 목을 길게 빼고 뒤꿈치를 든다는 '연경거종'(延經擧踵)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초조하게 임을 기다리며 잠 못 이루고 있는 여인의 정한을 잘 그려냈다. 세상의 많은 일 중에 사람 기다리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백난지중대인난'(百難之中待人難)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그리운 임이 오시지 않는 것에 대해서 자신에게 잘못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돌아본다는 것에서 그 시대의 가치관을 유추해 낼 수 있을 듯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그것은 이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보고 싶은 사람이 곁에 없을 때 그를 그리워해야 한다는 것은 사랑의 행복만큼이나 아픈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그리워할 누군가가 있어 깊은 밤에 잎 지는 소리 듣고 싶다.

문무학 시조시인·경일대학교 초빙교수

*진랑의 '랑'은 女+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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