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37)씨는 1996년 대구권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돈을 벌어가며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사회복지사를 하늘의 뜻이라 여겼다. 그러나 S씨는 사회복지 시설 근무 3년 만에 일을 그만뒀다. 적어도 10년은 일하겠다 마음먹었지만 근무 환경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다.
"집사람도 사회복지사입니다. 2000년 저희 부부가 거둔 수입은 2천200만원 정도였어요. 저축할 돈은커녕 생활을 꾸리기도 힘들었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12시간 근무는 기본이었어요."
S씨는 "사회복지사라는 일이 싫은 게 아니다. 하지만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급여가 낮고 그나마 계약직"이라며 "누가 사회복지 시설에서 일하려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회복지사들에게 '복지'는 없다. 어려운 이웃들의 복지를 위해 뛰지만 정작 자신들의 복지는 외면당하고 있다. 최저 임금에 주 50시간 근무도 부지기수. 근로기준법은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한다.
사회복지사 커플로 결혼에 골인한 K(37)씨 부부. 결혼 3년 만에 아내 J(27)씨가 일을 그만뒀다. J씨는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시험으로 눈을 돌려 결국 합격했다. K씨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안정적 급여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는 4천600여개 복지시설에 걸쳐 4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자는 20만명에 달한다. 대구에서는 3천여명이 사회복지 시설,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 사회복지사의 현실은 냉혹하다. 한국사회복지근로환경백서에 따르면 현업에서 뛰고 있는 사회복지사의 41.6%가 이직을 고려 중이며 42.6%가 이직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 경력기간도 2000년 9.6년이던 것이 2006년에는 4.6년으로 반토막났다.
대구의 사회복지시설 급여는 시설마다 다르다. 지난해 대구사회복지사협회가 연 사회복지사 정책토론회 자료집은 시설 사회복지사의 첫 연봉이 1천591만8천원이라고 보고한 바 있지만 시설별로 1천만~2천200만원선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예비 사회복지사인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을 공무원 시험으로 내몰고 있다. 대구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 3학년 학생들은 "6대4 비율로 공무원과 현장으로 나뉜다"고 했다. 4학년이 되면 확연히 갈린다고 했다. 유모(22·여)씨는 "공무원이 되려면 휴학이 필수지만 시설로 가려면 얼굴 익히기가 필수이기 때문에 사전 봉사활동에 나서야한다"고 했다.
현장 시설은 녹록하지 않다. 대형 복지관을 제외한 일반 시설의 경우 1년 정도의 계약 기간을 채운 뒤 떠나는 사례가 허다하다. 특히 지역아동센터, 자활근로센터가 기피 대상으로 꼽힌다. 대구여성회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복지사 평균 월급여는 87만원선. 하루 근로 시간(8시간)을 감안하면 시간당 5천원이 채 안 되는 임금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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