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안동 서후면 A노인전문병원과 재활병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200여명의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동은 물론 영천, 의성, 청송 등 인근지역 병원들이 앞다퉈 환자 모시기에 나섰다. 일부 병원들은 보호자와 상의없이 환자를 이송했다가 보호자들이 실종신고를 해 한바탕 말썽이 일기도 했다.
B의원은 매일 오전 6시쯤이면 안동 서후와 풍산 등 읍·면지역으로 승합차를 운행, 환자 모시기에 나선다. B의원은 오전 7시에서 7시 30분쯤 유치한 환자들을 의원 입구에 대기시켜 스스로 찾아 온 것처럼 꾸몄다가 오전 8시쯤 출입문을 열어 환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북지역 읍·면 단위에 병원이 너무 많아 과잉 경쟁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읍·면 단위 병원 포화
안동지역 병·의원은 3곳의 종합병원을 포함해 150여곳에 이른다. 이는 인구당 전국 자치단체 평균의 3배에 이를 정도로 포화상태.
올해 옥동에 개원한 C산부인과 의원은 국내 유명대학을 졸업한 의료진과 해외 유학파들이 환자를 돌본다는 홍보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내걸고 환자 유치를 하고 있다. 인근의 또 다른 산부인과 의원은 임신초기 진료에서부터 출산까지 진료과정과 아기 성장과정을 CD에 담아 환자들에게 제공,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주지역에서는 2006년 이후 한방병원과 노인전문요양병원 등 병원급 4개, 한의원 3개, 의원 10개가 늘었고, 봉화지역에서도 노인전문병원 1개, 의원 3개, 한의원 1개가 늘었다. 인구 10만명인 영주지역에는 현재 병원 7개, 의원 56개, 치과의원 21개, 한의원 20개가 개원·영업하고 있으며 이중 풍기읍에만 병·의원 9개가 들어서 있다.
봉화에는 병원 2개, 의원 7개, 치과 3개, 한의원 3개가 영업 중이며 이중 춘양면에만 의원 3개, 치과 1개, 한의원 1개가 영업하고 있다. 의성에는 27개의 병·의원이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으며 특히 고령화로 요양병원과 한의원 등이 크게 늘고 있다.
병·의원들은 환자 유치를 위해 홍보용 유인물을 배포하는 것은 기본이고 직원들이 환자유치시 병원비 할인혜택을 주고 있으며 카센터, 정비공장, 보험회사 등을 상대로 환자 유치 로비를 하고 있다. 개인병원은 다소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병원급 의원들의 형편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병원급들은 경쟁이 치열해지자 자구책으로 요양시설을 운영하면서 활로를 찾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터를 잡은 오래된 병의원보다는 신생 병원들이 주로 인맥을 동원, 병원비 할인혜택 등을 제시하며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잉 경쟁 부작용
농촌지역 병원들은 의료진 확보와 경영난 등으로 개원 후 일정 기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의성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한 의사는 "농촌지역 병원은 개원 이후 5년이 성패의 갈림길로 대개 5년이 지나야 병원이 지역에서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병원 건축비와 시설비 등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데다 자녀교육과 여가선용 등의 문제로 의사와 간호사·물리치료사 등 의료진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급은 환자 유치도 쉽지 않다. 의원급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은 본인 부담 진료비가 보통 1천500원인 데 반해 병원급은 4천100원으로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
이에 농촌지역 병원은 경영난으로 자주 주인이 바뀌고 아예 문을 닫는 곳도 있다. 의성의 한 병원은 환자 유치를 위해 셔틀버스를 운영했다가 시내버스 회사들과 마찰을 일으켰고, 또 다른 병원은 환자 유치를 위해 홀몸노인들에게 반찬배달까지 해주고 복지시설에 수용돼 있는 노인들의 진료를 맡아 다른 병원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안동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병·의원들의 과잉 경쟁은 결국 의료수가 인상이나 편법 진료비 청구 등의 폐해로 나타나고 있다"며 "불·편법 행위를 근절하고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데 지역 보건소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이 밝힌 농어촌 의료현실 분석(2008년 기준)에 따르면 농촌지역에 병·의원 수는 늘고 있지만 일부 진료과목에 편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0개 시군 중 응급의료 기관이 없는 시군이 43개로 18.7%에 이르고 108개 시군지역은 응급의학과전문의가 없으며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구는 28개, 분만실이 없는 시군구도 4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희대·마경대·엄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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