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유학생 1만명 시대] <1>대학마다 치열한 유치경쟁

학비·장학금·기숙사 파격 혜택에 세계서 우르르…

대학 캠퍼스에 외국인 유학생이 넘쳐나고 있다. 한국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이 대구경북에만 1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대학 교정이나 강의실, 학교 앞 식당에서 외국인 학생을 보는 게 낯설지 않아졌다. 지원자 감소와 열악한 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유학생들은 외국 유명대학에 비해 학비가 싸고 세계 곳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 취직에 유리하다는 생각에 한국 대학 문을 두드리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1만명 시대'를 맞은 대학가의 모습을 살펴본다.

◆사활 건 유치전쟁

"저도 외국인 유학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 한 대학 3학년인 김모(21)씨는 외국인 유학생 친구가 부럽다. 언어 장벽 등으로 학교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를 위해 시험 때마다 자상하게 공부를 도와주고 있는데 성적은 언제나 자신보다 높다. 같은 캠퍼스를 다니며 똑같은 수업을 받지만 외국인 친구는 등록금을 절반인 150만원만 낸다. 고학년일수록 기숙사 입사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지만 외국인 친구는 유학생 전용 기숙사에서 3년째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지역의 각 대학은 어학당, 해외자매대학, 국제교류센터 등 다양한 제도로 외국인 학생들을 유인하고 있다. 언어장벽을 고려, 학점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경북대의 경우 다른 대학에 비해 저렴한 학비로 외국인 학생을 유인하고 있다. 직전 학기 성적으로 평가해 상위 37%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외국인 신입생에게 기숙사에 우선 입사할 기회를 준다. 영남대는 성적우수 학생에게 차등으로 장학금을 지급한다. 학점평균이 4.0 이상일 경우 수업료의 70% 감면 혜택이 주어지고 2.0 이상만 돼도 30%를 감면해 준다. 모범 학생들에게는 아르바이트 및 취업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계명대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성적에 따라 30~100%의 학비 감면 혜택을 주고, 우수 외국 유학생 프로그램과 KISS프로그램(제3세계 국가 지원)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끌어당기고 있다. 한국어 도우미를 선발해 유학생들의 생활적응도 돕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학비 면제나 기숙사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대구대는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최고 80%까지 감면해 주고 한국어 능력시험 4~6급을 취득할 경우 장학금을 지급한다. 경일대 역시 100%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등록금의 30~40%를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각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잇따라 마련하고 있다. 유학생은 정원외로 모집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재정을 보충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며 "지역 대학들의 외국인 학생 유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 유치하고 지원하나

유학생이 급증하는 것은 대학과 유학생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 대학의 국제화를 촉진하고 대학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학비의 30~50%를 지원해도 정원외 인원이기 때문에 재정확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일부 대학은 한국어능력시험 3, 4급 등 자격 기준을 두고 있지만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입학이 가능한 대학이 많다. 성적표가 없는 경우 교수 추천서로 대체하거나 중국, 베트남 현지에서 자체 시험을 실시해 입학 가능한 성적표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한 전문대 관계자는 "일부 대학은 유학원에 등록금의 3%를 수수료로 내면서까지 유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유학생들은 학비가 싸고 각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취직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대학 문을 두드린다. 자국 내 대학입시에서 떨어져 한국행을 택하는 유학생도 많다. 지역 대학 중 외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필기시험을 치른 곳은 거의 없고 대부분 서류심사나 면접만으로 입학을 허가한다.

지역 한 전문대학 국제관광과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김군리씨는 "중국 대학 입시에 떨어져 한국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며 "필기시험이나 서류심사 없이 간단한 면접만으로 입학이 가능했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에 다니는 캐나다인 제시씨도 "별다른 심사 없이 한국 유학에 성공했다"고 했다.

◆일시적 or 지속적 증가?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높은 취업률과 체계적인 학사 관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 유학생이 앞으로도 계속 늘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11년부터 외국인 유학생들의 입학자격을 전문대는 한국어 능력시험 3급 이상, 4년제 대학은 4급 이상 소지자로 정하는 등 입학 자격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매년 300여명의 외국인 학생이 입학하고 있는 경북대는 앞으로 입학생이 절반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급하기는 타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영남대 관계자는 "정부가 앞으로 유학생 이탈률, 기숙사 수용률, 어학연수 후 대학 진학률, 국가별 유학생 비율, 전담인력·조직 운영 현황 등을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에 공개하는 등 엄격한 유학생 관리에 나서고 있다"며 "지역 대학들도 이제는 양적 팽창에서 질적 관리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방향을 전환할 때"라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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