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폭설 지역은 서너 곳이다. 해양성 기후가 나타나는 울릉도'독도, 그리고 같은 섬인 제주도다. 제주도에는 높이 1,950m의 한라산 지역에 많이 온다. 또 전형적인 고산 지대인 강원도 영동 지방과 충남 서해안 지역도 많이 온다. 평지인 충남 서해안 지역을 제외한 다른 곳은 많이 올 때면 1m 이상씩 퍼붓는다.
기상청의 기록을 보면 산간 지역과 울릉도는 때로 3m에 가까운 적설량을 보일 때가 있다. 1962년 울릉도의 최심적설량(最深積雪量:며칠씩 내려 가장 많이 쌓인 양)은 2.93m였고, 1990년 향로봉 2.90m, 2000년 한라산 2.20m도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섬이나 산악이어서 큰 피해는 없었다.
반면 도시에 내린 폭설은 도심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큰 피해를 준다. 2005년 12월 광주 전남에는 1m의 폭설로 2명이 사망하고 1천40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1990년 1월에는 강릉 지역에 1.38m의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2005년 3월 부산에서는 100년 만에 처음으로 41.4㎝의 눈이 내려 도로, 항공, 여객선 운항이 완전 중단됐다. 4일 기상 관측 뒤 처음으로 서울이 25.8㎝ 폭설과 영하 10℃의 날씨로 교통대란을 겪은 것과 비슷하다.
반면 대구는 폭설로부터 다소 안전한 지역이다. 2003년 1월 21일 9.5㎝의 눈이 온 것이 지난 10년 동안의 최대 하루 적설량이었다. 하지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깜짝 놀랄 만한 기록이 있다. 1953년 1월 18일에 내린 51㎝의 기록은 도시 적설량으로는 전국 1위다. 대구의 역대 2위 기록이 1932년 1월 1일의 25.5㎝이고 보면 이때의 적설량이 얼마나 엄청난 양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구는 1974년 1월 21일의 20.5㎝(역대 5위) 이후 20㎝ 이상의 눈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수도권이 기상 관측 후 최대 적설량으로 법석을 떤 4일, 대구에도 2.8㎝의 눈이 내렸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져 차들이 온종일 거북이걸음을 했다. 아이들은 마냥 신나했지만 어른들은 눈이 오면 걱정부터 앞선다. 빙판의 출퇴근길과 사고가 날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된 눈을 보면 순수한 동심을 하나 둘씩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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