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여야 정치권은 여론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세종시 여론몰이의 선두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섰다. 14일 제2차 국민원로회의에서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정부는 수정안의 내용대로 세종시로 입주하기로 한 기업·대학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세종시 수정안 후속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정몽준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도 이날 충남 천안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교례회 겸 국정보고대회'에 대거 참석, 충청권 여론 돌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친박계는 허태열 최고위원이 충남 국정보고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대 입장을 대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1년여 만에 제2차 국민원로회의를 열어 세종시 수정 추진에 대한 국가원로들의 고언을 청취하는 것으로 여론전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15일에는 30대 그룹 회장단과의 조찬간담회와 대학교육협의회 임원들과의 오찬간담회 등을 잇따라 소화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직접 충청 지역을 방문하고 대국민담화에 나설 경우 여론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도 삼성 등 세종시 입주 기업과 KAIST 등과 MOU 체결식을 갖는 것으로 세종시 수정안 후속 작업을 가속화했다. 정운찬 총리는 기업의 세종시 투자를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세종시법 개정 작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는 등 정부의 세종시 여론전을 이끌고 있다. 이날 MOU 체결식에는 정 총리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뒷받침에 나섰다. 이날 충남 국정보고대회에 이어 19일 대전에서 다시 국정보고대회를 갖기로 하는 등 초반에는 충청권 민심 돌리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설 연휴 때까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별 국정보고대회를 진행하면서 여론 설득 작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 등 충청권에 연고가 있는 친이계 인사들은 고향을 찾아 세종시 수정안 설명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열린 충남 국정보고대회에서 친박계 당원들이 반발하고 퇴장하는 등 수정안에 대한 당론 변경을 둘러싼 논란도 점화됐다. 특히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이 불참하는 등 친박계의 반대 분위기는 공고해지고 있다.
정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오로지 충청과 국가의 미래만을 놓고 대화를 하고 모자란 점이 있다면 채워 놓겠다"며 "당내에서는 흉금을 털고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모두와 대화하고, 충청민과도 끈질기고 넓게 접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생이라는 젊은 사람이 애인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많이 오는데도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결국 익사했다"며 '미생지신'(尾生之信)의 고사를 인용, 박근혜 전 대표를 간접 비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세종시 문제는 충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운명을 좌우하는 문제"라며 "이성적으로 접근해야지 야당의 정치적·선동적 접근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2월 말쯤으로 예상되는 정부의 법안 제출 전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세종시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혁신도시에 갈 공공기관은 통제가 되겠지만, 세종시로 인해 민간기업의 혁신도시 이전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세종시 수정법안 제출까지 시간이 남아있으므로 정부는 걱정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안을 보완, 제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고위당직자가 수정안 발표 이후 보완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현, 유정복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이날도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 출연, 수정안 반대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이 의원은 "범여권이 '홍보 폭탄'을 퍼붓고 있어 일시적으로 수정안 지지 여론이 높게 나타났으나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신뢰 문제, 수도권 과밀해소에 대한 절박성을 국민이 인식하면 상황은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요 정책을 여론조사로 결정할 경우 굉장히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여론 몰이'에 반대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도 "원안 수정 필요성 제기 자체가 국론 분열과 국력 낭비를 가져온 데다 앞으로도 폐해가 커질 게 분명한 만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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