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처뿐인 영광, 공익제보…(하)보호 법령 빨리 보완을

보복 두려워 시상식조차 불참

대구경북지역의 공익 제보자들은 '나의 제보가 정당했다'고 믿고 있다. 공익 제보 이후 부당한 처우 속에서도 여전히 "공익 제보가 세상을 바꾼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국내 공익 제보자에 대한 국가 보호책은 선진국에 한참 뒤져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공익 제보자 보호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나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익 제보자들은 "경상도 사투리로 '말려 죽이는' 조직 권력에 개인이 맞서려면 법령 보완이 먼저"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익제보자가 '공익 시상'을 비공개 요청한 이유

2004년부터 매년 공익 제보자들에게 공익시상(빛과 소금상, 표 참조)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의 2007년 시상식. 수상자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전까지 알려진 공익 제보자들의 순탄하지 않은 삶에 대한 두려움과 조직(관공서)의 압박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재단에 따르면 공익 제보자 상당수는 직장을 잃었다. 공익 제보, 특히 내부고발의 정확성은 상당히 높지만 제보자에 대한 보복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이들이 적잖다.

대구경북지역의 공익 제보자들 역시 마찬가지. "앞으로 공익제보를 할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말에 이들은 "피할 구멍부터 찾아야 한다. 시쳇말로 잠수를 타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또 "어설프게 제보에 나섰다가는 '융통성도 없이 조직의 융화를 깨는 파렴치한'으로 몰리기 십상"이라고 했다. 사회 발전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와 상반된 대비책이었다.

현재 공익 제보자를 보호하는 법인 부패방지법은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부패행위를 공직자와 공공기관에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부문 공익 제보자는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복이나 징계를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2008년 애활원 비리를 폭로한 생활교사들은 "보호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사회복지법인은 엄연히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관인데 민간으로 보고 부패방지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소규모 민간 사업장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공익 제보자 보호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라노 프로젝트' 공익 제보자 박경욱(한국패션센터 노조위원장)씨도 "공공기관과 관련이 없는 곳에 일하고 있었다면 나 역시 해고 조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익 제보자들은 "공익 제보자를 인생 실패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반드시 손봐야할 것이 공익 제보자 보호 법령"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선진국의 공익제보 보호

세계 최초로 내부고발자보호법(Whistleblower Protection Act)을 도입한 미국은 내부고발자 보호와 부패 신고에 대한 접수 처리 업무를 관장하는 특별조사국과 실적제도보호위원회를 두고 있다. 수사 및 기소권을 갖는 특별조사국은 신고자에 대한 보복 행위가 발각되면 해당 기관에 시정을 권고하고, 보복 행위 진상 규명에 나선다. 이 법은 또 내부고발자에 대한 동일한 지위의 전보 우선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2002년 사베인옥슬리 기업개혁법(Sarbane-Oxley Corporate Reform Act)을 제정해 민간 부문까지 내부고발자의 보호 범위를 확대했다. 이 법은 내부고발자를 보복한 관리자에게 10년 이하의 형사처벌을 내리도록 했다. 내부고발자가 불법적 보복에 대해 노동성에 제소할 수 있고, 노동성 장관이 기업에 해고 근로자 재고용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의 경우 염정공서조례(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Ordinance)가 있다. 염정공서(廉政公署)라는 특별사정기관이 ▷부패관련 자료수집 ▷위반행위 조사권 ▷직무감사권 등을 행사한다. 염정공서는 부패신고의 경우 특성상 관계자의 신고에 의한 적발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신고자의 신분을 비밀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기명신고 사항의 경우에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신고자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국내 공익제보 보호법의 현실

국내에서도 국회의 공익제보를 위한 법률안이 상정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우윤근 의원 등 국회의원 14명이 제출한 '공익 제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과 지난해 10월 말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출한 '공익신고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민간기관에까지 보호 범위를 확대한 점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률안은 공익 제보 범위를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 ▷소비자 이익보호 ▷환경보전 ▷공정한 경쟁 확보 등을 위한 사항으로 확대 정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익 제보자의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처벌 규정이 과태료 등 솜방망이에 불과한 점, 외부 공익 제보는 신분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점 등 한계가 분명하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은 "공익 제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처분에 관해 형사 처벌 조치가 필요하다"며 "특히 공공부문 부패행위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권이 없어 신고해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문 공익 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부대표는 "보호방법의 형태로 적극적 취업 알선도 법령에 규정해야 한다"며 "공익 제보자의 신분이 색출 혹은 누설될 경우 소송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변호인 선임 등을 국가가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아름다운 재단 선정 공익시상(2004~2009년)

2009년 김영수 (해군 소령)-군부대 만성적 수의계약으로 혈세 낭비

2008년 권태교 (前 버스운전기사 계약직 버스기사)-버스 준공영제 도입 후 버스회사 측의 버스요금 횡령

2007년 '세상의 빛'(익명)-국도 공사 비리 고발

2006년 박경욱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패션센터지부)-밀라노 프로젝트 횡령

2005년 수상자 없음

2004년 적십자사 공익제보자(김용헌 등 4명)-점검안된 혈액 유통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