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클래식 음악의 미덕은 '절제'

이무지치 실내악단의 '2010 신년음악회'-27일 오후8시 대구시민회

클래식음악에 있어서 절대 무시되어서는 안 될 많은 요구들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한 가지를 들라면 필자는 '절제'(節制)라 말하곤 한다. '도를 넘지 않는 조정의 미덕'. 음악적 절제는 필수적으로 감정의 조절을 위한 철저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러한 인내심은 음악적 표현의 당사자, 즉 작곡가와 연주자뿐 아니라 감상자에게도 요구되는 어려움이자 클래식 음악이 우리들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비교적 짧고 단순하고 감미로우며 감성적인 대중 음악과 비교할 때 클래식음악은 한 마디로 지루할 수도 있고, 어렵다고도 느낄 수 있는 단점 아닌 단점-결과적으로 장점 중의 장점-을 지녔다고도 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이 주는 미덕은 정돈된 정서, 감정을 억누를 줄 아는 절제력, 덕성과 인내심 그리고 명상적 지혜와 편안함 등 이루 다 나열할 수 없는 각양각색의 좋은 것들이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절제된 음악 때문에 필자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음악회가 있다. 아니 결과적으로는 연주 목록 중 단 한 작품만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음악회. 그날 연주되었던 대구시립합창단(안승태 지휘)의 앙코르 목록 말롯테라는 작곡가의 '주의 기도'는 극도로 정제된 긴장감과 피아니시모의 연속, 그리고 환상적인 절제의 아름다운 감동이 있었다. 이 곡의 마지막 절정부에는 분명히 '매우 세게' 연주하라는 악상 기호가 적혀져 있다. 그러나 이 연주에서는 높은 내림 가(Ab)음까지도 극도로 절제된 내면적 포르티시모를 연주하였기에 실제로 울려진 볼륨은 '매우 여리게'였다. 필자는 내면에서 터져버릴 것 같은 감정 팽창의 아찔함을 경험하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연주자의 극도로 압축된 음악적 절제가 신비롭고도 역동적인 충격(기운)을 청중들에게 선물한 것 같았다. 음악이 전해주는 감동의 통로는 다양할 수 있지만 음악적 절제가 전해 주는 교훈이 작지 않음을 일깨운 아름다운 음악의 추억이다. 2010년 한 해에도 지역의 공연계에 감동과 세계와 미래를 향해 희망적 메시지를 담은 역동적이며 완성도 있는 좋은 음악회들이 넘쳐나기를 기대해 본다.

대부분의 공연장이 조용한 계절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탈리아로부터 한 음악 선물이 대구로 날아왔다. 극도로 정제되고 절제된 음악으로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이무지치의 '2010 신년음악회'. 이 음악회는 클래식 음악이 주는 교훈을 느끼고 음미하기에 넉넉한 여유가 있으며, 이 악단에 붙여진 다양한 세계적 수식어들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음악회임이 분명하다. 특히 올해는 그들의 대표 연주목록인 비발디의 '사계'에 덧붙여 '길', '로미오와 줄리엣', '대부', '태양은 가득히' 등 낭만적인 음악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영화 음악의 거장 니노 로타가 작곡하여 생전에 이무지치에게 헌정한 '현을 위한 협주곡'(1964)이 국내에서 초연된다. 또 깜짝 선물로 유명 영화주제음악을 편곡한 '아이 러브 시네마'(I Love Cinema)와 우리 동요 '까치까치 설날은'(김한기 편곡)도 연주한다. 그리고 2003년부터 리더로 이 악단을 이끌어 온 안토니오 살바토레가 올해로 해외 연주를 마감하기로 되어 있어서 대구 땅에서는 마지막으로 그의 명연주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공연 문의 02-538-9810.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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