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현재 우리 사회를 심리적 내란 상태라고 말한다. 동일한 사안이라도 자신이 놓인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낸다. 세종시를 비롯해 4대강 개발, 언론관계법 문제 등 굵직한 사회적 주요 이슈에 대해 사람들이 지닌 생각 차이는 너무나 선명하다.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진보적 성향의 사람과 보수적 성향의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과 젊은 사람,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이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니고 각자의 목소리만 높인다. 민주주의가 다양한 사고를 존중하는 것이라지만 갈등의 양상은 이미 한계 상황에 다다른 느낌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차이를 보이는 사람들이 청소년들의 독서 문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낸다. 왜일까? 사실, 우리나라 어른들의 독서는 아직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취미로 읽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어른들조차 왜 청소년들에게 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할까?
어른들도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올 10년 후에는 암기 지식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입시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지만, 그 지식이 미래에는 대부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의 예측처럼 우리 청소년들은 지식정보화사회의 뒤를 잇게 될 드림소사어티를 살아갈 것이다. 드림소사어티에서는 이미지와 이야기, 상상력과 창의력이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될 것이다. 정보화 사회와 드림소사이어티 모두가 요구하는 공통 능력은 상상력과 창의력이며, 이것들을 얻기 위한 핵심 수단은 독서다.
앨빈 토플러는 "청소년들에게 독서 시간을 빼앗는 것은 그들의 미래를 문 닫게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제 청소년들의 독서는 더 이상 취미나 기호의 대상이 아니다. 독서 능력은 그들의 미래 생존 능력이다. 청소년들이 미래 생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국가든, 학교든, 어른이든, 입시준비든 청소년들로부터 책 읽을 시간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인식은 2006년에 제정된 독서문화진흥법에도 담겨 있다. 이 법에서는 독서를 선택권이 아닌 기본권으로 설정하고 있다. 책을 읽고 쓰고 사고하는 능력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지성은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고 그 지성의 합인 국민의 지성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지성 획득에 독서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들의 독서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들의 독서문화 진작을 위해 적극적인 예산 투자와 더불어 도서관 건립, 북스타트 운동,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직장내 독서운동 활성화 등과 같은 실질적인 사업을 해야 한다. 바로 거기에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극단적인 갈등의 해결은 물론 창의적 문화시민을 양성하고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원경(대구시 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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