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리운전도 '할인전쟁'…지역 업체 요금인하로 뭉쳐

서울社 진출 마일리지제 공세

자가용 운전자 S(35)씨는 요즘 대리운전 업체가 보내는 문자메시지에 시달리고 있다. '기본요금 8천원', '대리비 7천원' 등. 시도 때도 없는 것이 스팸문자 수준이다. 어떻게 번호를 알아냈는지 한번도 이용해본 적 없는 업체까지 가세했다. S씨는 "새벽 서너시에도 문자가 와 사람을 깨운다"고 진저리쳤다. .

대리운전 업계의 요금할인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지난달 대구에 진출한 서울 업체의 공세에 맞서 지역 업계의 고객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3번 이용하면 1번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일리지제'가 등장한 데 이어 기본 요금까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출혈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자칫 지역 대리운전업계 전체가 골병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할인경쟁은 서울 I업체에서 촉발됐다. 이 업체는 대구에 진출하면서 지역 업계 최초의 마일리지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운전기사 확보를 위한 콜비(대리운전 중개 비용)할인과 보험료 지원이라는 파격적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지금까지 500여명의 대리기사가 I업체로 옮긴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수성에 나선 지역 대리운전업계는 요금인하로 맞불을 놓고 있다. I사와 같이 마일리지를 도입하거나 최저 7천원까지 기본요금을 인하했다. 한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는 "I사 고객확보 전략에 지역 업체들이 단체로 맞선 형국"이라고 했다. 지역에서는 몇년 전 기본요금을 8천원으로 내려 서비스를 개시한 D사가 단기간에 지역 대리운전 시장을 장악한 선례가 있다.

그러나 대리운전업계의 할인 경쟁을 바라보는 대리운전 기사와 이용객들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가격할인에 뛰어든 업체기사들은 건당 7천원에서 1천원 줄어든 6천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 최영환 위원장은 " 업체들이 '반짝 혜택'을 통해 기사들을 모집하지만 결국 예전과 똑같아진다"고 씁쓸해 했다.

운전자 역시 마냥 할인경쟁을 반기지 않고 있다. 자가용 운전자 K(45)씨는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며 "7천원이든 8천원이든 대기시간이나 좀 짧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리운전 업체간 할인경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서비스망을 갖춘 I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는 대구 영세업체들은 가격할인 이외에 마땅한 경쟁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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