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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이 아니라 '28,800'.

도요타에서는 모든 시간을 초 단위로 잰다. 프레스 가공 작업을 예로 들면 재료를 옮겨 임시로 놓아둔다 0.9초, 가공물을 뗀다 0.9초, 완성물을 집어 다음 공정으로 이동한다 1.2초 하는 식이다. 당연히 하루 근무 시간도 8시간이 아니라 2만8천800초로 표현한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양이지만 체감되는 시간은 엄청나게 다르다.

1949년 도산 직전의 경영위기를 맞아 직원 30% 해고와 파업 사태를 겪은 뒤 낭비 제거로 대변되는 TPS를 추구한 결과 도요타는 놀라운 성공신화를 쓸 수 있었다. 어떤 악재에도 끄떡없이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이 줄어도 영업이익은 줄지 않는 '기적'도 연출했다. 2008년 미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에 등극한 것은 그 영광의 정점이었다.

59년 계속돼 온 도요타 신화는 바로 그해 색이 바래기 시작했다. 4천억 엔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환경 탓이라고 자위했는데 지난해 2년 연속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성적표가 나온 데 이어 올해 연초부터 대규모 글로벌 리콜 사태를 빚으면서 도요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돼 버렸다. 도요타가 가장 잘하는 분야라고 자타가 공인해 온 품질 관리와 신뢰 부문에서 생긴 치명적인 펑크이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성공 신화에 취한 나머지 2007년 세계적으로 생산 체제를 확대했다. '세계 최고 자동차 기업'이란 타이틀에 욕심을 낸 것이다. 그러나 너무 급격하게 늘어난 생산에 품질관리는 따라가지 못했다.

초 단위 작업 분석이라는 질적 추구로 성공했는데 수천만 대 생산이라는 양적 추구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 하겠다. 축소 지향으로 가야 하는 것을 확대 지향으로 간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운반의 낭비, 재고의 낭비, 가공의 낭비 등 이른바 7대 낭비 중 가장 나쁜 것이라고 TPS 교과서에서 가르쳐온 과잉생산의 낭비를 다른 이도 아닌 도요타가 추구한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생산라인을 세운 뒤 바닥에 분필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관계자들이 그 원 안에 들어가 원인을 찾아내 해결할 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는 '스탠딩 현장 동그라미 회의'로 유명했던 도요타가 몇 년 전 제기됐던 소비자 불만을 묵살해온 것도 참으로 반(反)TPS적이었다. 도요타가 자기들이 내세웠던 원칙으로 돌아가 이번 위기를 헤쳐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이상훈 북부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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