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P씨는 요즘 전력요금 청구서만 보면 속이 끓어 오른다. 일반 전력 요금보다 싸다고 이용한 심야전력이 한 달 15만원 수준에서 35만원으로 훌쩍 뛰었기 때문. P씨는 "심야전력 사용 장려 정책에 따라 일반 보일러보다 비싼 600여만원을 들여 설치했는데, 요금이 계속 오르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 일반 가정용으로 바꿔야 할지 고민"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2006년 10월 등유보일러를 심야전력 난방으로 바꾼 A씨도 이듬해 1월 요금이 오히려 10% 가까이 더 나와 낭패를 봤다. A씨는 "비싼 기름값이 부담돼 심야전력을 사용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요금을 올리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의 심야 전력요금 인상에 소비자 민원이 폭발하고 있다. '요금을 내리고 시설비까지 보조해주면서 권장할 땐 언제고 왜 갈수록 요금을 인상하느냐?'는 불만이다. 한국전력의 전력요금 수입을 보장해주기 위한 '선심정책'이라는 비난도 쇄도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고유가 시대 에너지소비 억제 세부 수단의 하나로 연차적·단계적 전력 요금 인상(평균 7.3% )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선 인상 대상에 오른 것이 심야전력 요금이다. '비효율(에너지 이용효율 47%)이 심하고 원가보상률이 낮다'는 이유였다.
정부는 이미 2000년대 들어 심야전력 요금을 꾸준히 인상해 왔다. 1990년대 심야전력 수요 급증으로 수입 구조가 나빠지면서 내린 조치였다. 2000년대 초 1㎾h당 23.2원(겨울철 '갑' 기준)에 불과했던 심야전력 요금은 2월 현재 56.3원으로 약 2.4배 인상됐다. 보조금제도 모두 폐지했다. 올해부터는 아예 난방용 심야전력 신규 신청대상을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로 제한했다.
이는 1980년대 발전 설비 과잉으로 인해 심야전력 요금제를 만들어 9차례에 걸쳐 요금을 인하하고, 설비 보조금까지 지급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이런 까닭에 이용자들은 "수요 예측은 정부가 잘못해 놓고 책임은 국민에게 지운다"는 불평을 쏟아놓고 있다. 특히 "심야전력 가운데 가정용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높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한전은 심야전력 요금 인상은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값싼 전력요금이 가격 착시를 불러 전력 수요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유가 대응 에너지수요관리대책'에 따르면 전력요금은 현재 일반용만 적정원가보상률의 103%이고 나머지는 모두 원가 이하. 심야전력은 63%에 불과해 농사용(38%) 다음으로 싸다.
한국전력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늘어난 심야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비싼 발전소까지 가동하고 있다. 기존에 비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무작정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전력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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