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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스포츠와 폭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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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스포츠와 술은 기능적인 면에서 제법 공통점이 많다. 우선 건강과 관련하여 '적당히 하면 유익하다'는 점이 양쪽에 모두 해당된다. 한때 스포츠의 참여는 유익하고, 술은 해롭다는 생각이 지배했으나, 이제는 이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보편화하였다. 또 스포츠와 술은 엔도르핀과 도파민 등의 작용에 의해 기분을 좋게도 하지만, 지나치게 되면 일탈행위로 이어진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리하여 스포츠는 경기력 못지않게 페어 플레이 정신을 강조하고, 술자리는 주량 못지않게 매너, 주법을 소중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스포츠와 술은 혼자서 즐기기보다는 동반자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 힘들고 고독한 상황을 함께할 말동무가 그 맛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최근 스포츠와 술은 여성의 참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특징도 공유하고 있다. 과거 금기시되었던 여성의 스포츠 참여와 음주가 이제는 사회문화의 한 축을 이룰 만큼 성숙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들 수 있는 공통점은 스포츠와 술 모두 중독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알코올중독은 이미 사회적인 문제로서 그 심각성이 지대하고, 최근에는 운동중독도 긍정과 부정의 양면적 입장에서 다각도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스포츠와 술은 본질적으로 여가 행위라고 하는 특징이 있고, 그 유형이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러한 점과 함께 스포츠와 음주 문화에 있어서 최근 부상하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혼합의 형태가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일 종목이나 품종으로서는 만족하지 못하고 몇 가지 유형들이 뒤섞여 경기가 진행되고 입맛을 돋우어야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스포츠에서는 이종격투기, 철인3종경기 등이 그러하며, 술자리에서는 폭탄주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예는 우연하게 발생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문화적인 구조와 환경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스포츠나 술이 혼합의 형태를 지향하는 이유는 강렬함을 추구하고, 독특한 맛의 향유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규칙의 보완과 보호 장비의 개발에 의해 위험성이 배제된 밋밋한 형태로 흐르고 있는 현대 스포츠에 대한 도전이며, 도수의 강약에 의한 선택이 아닌 제조 과정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하여 술의 새로운 맛을 창조하고 놀잇감을 생산해 내는 반전인 것이다. 갈수록 쫓기는 듯한 일상 생활에 직면한 현대인들에게 느릿느릿하고 연약한 스포츠로는 욕구 충족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밤을 지새우는 음주문화도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속전속결의 승부와 강렬하고 짜릿한 맛의 갈구가 현대인의 취향이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현상은 이제 피해 갈 수 없는 현대인의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어 가는 듯하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이 같은 문화를 당연시하고 이를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해야만 하는가? 문제는 이러한 문화에 익숙지 못한 보수 계층과 사회는 이를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부담스럽고 거북한 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는 규범화된 스포츠가 그립고, 낭만적인 음주 문화가 향수이자 추억으로 간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강함과 부드러움의 만남, 신속함과 느림의 조화, 새로운 것과 전통적인 것의 소통은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할 숙명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즉 강렬하고 속도전에 익숙한 현대인에게도 유연함과 여유로움이 함께 어우러질 때 세상살이의 구수한 맛과 멋이 되살아 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빠름에 길들여진 서구 문화가 그 부작용을 절감하고 최근 안단테(andante) 운동, 즉 슬로 시티(slow city), 슬로 푸드(slow food) 등을 지향하듯이, 스포츠 세계나 음주 문화의 장에서도 느림과 부드러움의 미학을 곱씹어 볼 때가 되었다. 스포츠나 음주에 의한 갈증은 한잔의 시원한 물로써 열을 식힐 때 비로소 해소된다는 지혜가 요구되는 요즈음이다.

김동규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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