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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의 고전음악] 타르티니 '악마의 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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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봄이 오지 않으려나 싶을 정도로 길고 지루한 겨울이 3월이 다가도록 계속되더니 4월 들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이 풀렸다. 이젠 아침에 눈뜰 때마다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거리의 가로수에서, 길가 담장 아래에서 개나리, 벚꽃이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활짝 핀 백목련을 바라보다 눈이 부실 정도다.

1713년 이탈리아 북부 도시 파도바(Padova)에 젊고 장래가 촉망되는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었다. 아름다운 악상(樂想)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그가 잠시 잠든 어느 날 밤, 꿈속에 악마가 나타나 그의 영혼을 가져가는 대가로 악상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바이올리니스트가 그 제안에 응하자 악마는 초인적인 기교로 놀랍도록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곡은 지금까지 그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아름답고 뛰어난 묘기(妙技)의 음악이었고, 그는 음악의 매력에 황홀히 빠져 있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바이올리니스트는 정신없이 꿈속의 그 음악을 악보에 옮겨 적기 시작했으나 악마가 연주한 그대로 살려낼 수는 없었다고 한다.

이 일화(逸話)의 주인공이 바로 18세기 이탈리아의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음악이론가였던 주제페 타르티니(Giuseppe Tartini, 1692.4.8~1770.2.26)이다. 이야기 속의 작품은 작곡가 자신이 '악마의 트릴'(Trillo del Diabolo)이라고 제목을 붙인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op.1-6번 g단조이며, 그 중 3악장이 악마의 트릴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단순히 악마적인 기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유려한 선율의 아름다움과 악마적인 분위기를 포함하는 뛰어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많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즐겨 도전하는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타르티니는 비발디보다 14년 뒤에 태어났고, 바흐나 헨델보다는 7년 늦게 태어났다. 그리고 타르티니가 세상을 떠난 해에 베토벤이 태어났다. 즉 타르티니는 바로크 시대 후기의 무르익은 이탈리아 현악 음악의 아름다움을 자신 안에 가득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타르티니는 어릴 적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여주었지만 사제가 되기를 바라던 부모의 뜻을 거스르면서 법학의 길을 선택했다가 결국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우여곡절의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는 150여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100여 개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남긴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을 뿐만 아니라, 근대 바이올린 활 주법을 확립하고 바로크 시대의 특징이었던 장식음과 화성의 원칙을 책으로 남겨놓은 음악이론가이기도 하다.

타르티니의 연주는 단순히 뛰어난 기교적 경지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적 정서가 적절히 혼합돼 풍부한 감성을 지닌 이탈리아 바로크 현악 음악의 높은 수준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타르티니는 아르칸젤로 코렐리(Arcangello Corelli, 1653~1713)에서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바로크 바이올린 악파를 계승하면서 제미니아니(Francesco Geminiani, 1687~1762), 로카텔리(Pietro Locatelli, 1695~1764) 같은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출신 작곡가들을 제자로 길러냈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나타난 바이올린의 천재, 그야말로 악마적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파가니니가 이탈리아인이었다는 사실은 어쩌면 이미 이때부터 예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타르티니의 사후에 발견된 글에서 그는 '악마의 트릴은 매우 잘된 것이다…그러나 꿈속에서 듣던 음악에 비하면 너무나도 형편없는 작품이다'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최영애 영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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