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도
바람에 거슬러 본 적 없었다
발목이 흙에 붙잡혀
한 발자국도 옮겨보지 못했다
눈이 낮아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했다
발바닥 밑 세상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었으므로
참, 모질게도, 나는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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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의 서너 문장은 풀에 대한 평면적인 묘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평생 한 번도 바람에 거슬러 본 적 없고, 단 한 발자국도 스스로 옮겨보지 못했으며, 눈이 낮아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한 게 풀들입니다. 그러니 제 발바닥 밑 세상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풀의 언술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지요. 봄날이면 시골 흙길 가장자리나 논'밭두렁 공터에 지천으로 자라나는 풀들의 겉모습 혹은 외면 묘사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러나"라는 반전 이후의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시적 장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지요. 오로지 그 "마음속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었으므로" 풀들은 "참, 모질게도,"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미물인 풀들도 그 웅숭깊은 내면의 말씀은 이렇듯 간절함으로 가득합니다! 이 땅의 어머니들이 그러했듯이 "참, 모질게도," 말입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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