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BS 드라마 '산부인과'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드라마 속에서 볼 수 있듯 산부인과 하면 신생아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그런 아이를 보면서 감격의 눈물을 짓는 부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산부인과에서 출산만 한다는 개념은 이미 깨졌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걸고 있다. 또 출산부터 여성의 노년 건강까지 책임지는 여성종합병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산모교실 뜬다
지난달 29일 오후 7시30분 대구 효성병원 문화교육센터 시청각실. 태교음악이 들려오는 가운데 약 20쌍의 부부가 강사의 몸짓을 따라 체조를 하고 있었다. 리듬에 맞춰 팔을 서서히 한바퀴 돌리거나 올렸다 내렸다 하고 허리를 돌리는 등 자세 하나하나가 느리면서도 진지해 생명감이 충만해 보였다. 병원 관계자는 산모가 진통을 느낄 때나 요통이 있을 때 이를 완화시키는 체조를 배우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날은 한달 동안 진행된 효성산모대학 13기 마지막 강좌 시간. 체조를 마치고 임신부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저마다 손에 자그마한 종을 들고 흔들기 시작했다. 동요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입으로 박자를 맞추기도 하고 종을 배에 대거나 어깨에 대기도 했다. 소리에 민감한 태아에게 청명한 소리를 들려줘 엄마와 교감하기 위해서다. 복둥이, 태양이, 샤이니, 똘마니 등 태명을 넣어 노래를 부르는 이도 많았다.
함께 있는 남편들은 다소 유치한 듯한 동작들을 하면서도 무척이나 진지했다. 정일욱(35·대구 중구 대봉동)씨는 "출산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면서 아내의 힘든 점을 느끼고 아기를 함께 낳는다는 동질감도 갖게 됐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에는 임신한 딸과 함께 온 어머니도 있었다. 김귀한(56·여·대구 동구 지묘동)씨는 "우리가 아이를 낳을 때는 이런 교육이 없어 막연하게 두려웠다. 하지만 출산하기 전에 여러가지 정보를 주고 기운을 북돋워주니 딸아이가 아기 낳는 게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정혜은(28·여)씨는 "예전에는 자연분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산고를 견딜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전문병원들이 출산을 앞둔 부부를 대상으로 산모교실을 여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분만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요즘은 산모가 어떻게 태교를 하고 출산 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 과정에 남편을 참여시켜 부부가 출산의 모든 것을 공유하도록 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효성병원은 산모대학을 1개월 과정으로 개설, 태교교실과 완소부부 과정, 모유수유 과정 등의 내용으로 총 8차례 진행한다. 로즈마리병원도 태교와 산후조리, 비만관리 등을 교육하는 산모대학을 열고 있다. 효성병원 곽승훈 기획관리실장은 "이곳에서 분만을 할 산모들은 산모교실을 거의 수강하고 있다"며 "교육은 고객 확보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분만서비스
요즘 산부인과 전문병원들은 분만에도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분만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진통이 오면 분만실로 들어가 출산하는 일반 분만실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남편이나 부모가 산모와 함께할 수 있는 가족분만실이 대세가 되고 있다. 곽승훈 실장은 "10년 전만 해도 가족 분만실 이용은 전체의 10%도 안 됐는데 지금은 30~40% 정도"라고 말했다. 가족분만실은 침대와 소파, TV 등 편의시설을 갖춰 안락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족들이 출산 때도 같이 있기 때문에 산모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이런 추세에 맞춰 분만실을 아예 가족형으로만 꾸미는 병원도 생겼다.
가족분만실은 일반적으로 이용료가 일반분만실보다 15만~25만원 정도 비싸지만 산모들이 선호하고 있다.
분만 형태도 다양화됐다. 효성병원은 태아가 나오면 탯줄을 곧바로 자르지 않고 5분 정도 엄마 가슴에 뉘여준다.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태아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폐호흡을 완전히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분만실 조명도 배 속에서와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어둡게 해 준다. 로즈마리병원은 가족분만실에서 아버지가 신생아를 목욕시키도록 하고 있다. 조그만 욕조에 신생아를 여러 차례 넣었다 뺐다 하면서 중력에 적응시키는 과정인데, 아이가 아버지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줄여 준다. 미즈산부인과는 그네 분만도 하고 있다. 산모가 그네처럼 생긴 분만대에 의지해 아이를 낳는 방식으로 낳는 방향이 중력과 일치해 좀 더 편안하게 낳는 장점이 있다.
◆이색 강좌에 평생 관리도
산부인과의 서비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기 옷이나 용품을 만들어보는 이색 강좌를 개설한 병원이 여럿이다. 로즈마리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유기농 아기옷 만들기 교실'은 유기농 오가닛 원단을 이용해 아기가 입을 배냇저고리, 손싸개, 발싸개 등을 산모가 직접 만드는 강좌로 반응이 좋다. 미즈산부인과는 백일 정도까지 흑백만 인식하는 아기를 위해 산모가 흑백 기본도형을 응용, 캐릭터 모빌을 만드는 '아기방 모빌 만들기 강좌'를 열고 있다.
대형 병원들은 출산부터 산후 관리, 갱년기 관리까지 평생을 서비스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여성종합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산후조리원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 보통이고 산후 관리와 여성병 검진, 갱년기 극복 등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클리닉도 이뤄지고 있다. 미즈산부인과는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산모 때부터 비만에 대해 조언과 관리를 해주고 희망자에게는 출산 후 식욕억제제나 주사요법, 고주파 관리 등 다양한 다이어트 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또 갱년기가 되면 살이 찌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갱년기 비만클리닉도 병행하고 있다. 효성병원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장비만클리닉을 운영한다.
병원 관계자들은 "요즘 부부들은 아이를 대개 하나, 많아야 둘 낳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출산에 많이 투자한다"며 "비용은 다소 많이 들더라도 좀 더 안락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산모들을 유인할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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