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2000년대 들어 광(光)산업을 통해 일시에 첨단부품소재산업 중심 도시로 급부상했다. 그동안 1차산업 도시로 머물러 있던 광주가 '첨단'이라는 옷으로 갈아입게 된 비결은 생산기반산업 육성에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구경북분원 이강원 본부장은 "'광'(光)이라는 다른 지역에서 하지 않는 분야를 특화한 전략이 성공한 것도 있지만 이 분야 활성화에 근간이 되는 금형육성사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2000년 초반 광주의 경우 광산업 도시를 선언하고 관련 기업 유치에 나섰지만 기업들이 콧방귀도 뀌지 않았어요. 관련 산업을 지원할 기반시설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이유였지요." 2003년 생산기술연구원 호남권분원이 설립되면서 큰 전환점을 맞았다. 2004~2007년 4년 동안 총사업비 114억원을 투입, 광부품용 금형육성사업을 벌여 금형관련 기술개발·기술지원·인력양성 등 금형클러스터를 구축한 것이다. 이후 금형은 물론 광산업 분야 기업이 양·질적으로 6배 이상 성장하는 주춧돌이 됐다. 그는 "'금형'이라는 생산기반산업 구축을 통해 '광'이라는 미래첨단산업 육성을 앞당겼다"고 했다.
광주의 사례를 오버랩했을 때 대구의 산업 그림은 어떤 모양일까? 이 본부장은 "대구는 첨단이라는 뜬구름 잡는데 헛심만 쓴 채 정작 이를 뒷받침하는 생산기반산업은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금형·주조 등 대표적인 생산기반산업 집적지가 대구경북인데도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오히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3D산업으로 치부하고 지원은 고사, 다른 지역으로 쫓아내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외면했던 생산기반산업의 지원 및 육성을 통해 지역 미래전략산업의 활성화로 잇는 시도가 추진된다. 그린에너지, IT융복합, 의료, 로봇 등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첨단산업이 생산기반산업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생산기반산업은 주조·금형 등 소재를 부품으로 가공하는 산업. 그동안 3D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국가지원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지만 최근 미래첨단산업의 부품·제품의 품질 및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기반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금형·주조·소성가공·열처리·표면처리(도금)·용접접합 등 6대 생산기반산업을 '뿌리산업'으로 명명하고 대폭적인 지원·육성에 나선 상황이다.
대구경북의 뿌리산업 육성은 지난해 지역에 첫발을 디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경권분원과 대구테크노파크,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이 맡았다. 이들 기관들은 이달 중으로 '뿌리산업클러스터 연합회' 출범식을 열고 뿌리산업의 녹색화 및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구TP 정책기획단 김요한 산업정책팀장은 "대구경북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 최대·최고의 뿌리산업 집적지인데, 그동안 지원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금형을 제외하고는 R&D 및 기업지원 인프라가 허약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앞으로 지역 뿌리산업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시험·신뢰성 평가를 위한 공용장비 구축 등 기업지원 인프라 확충 ▷고품질·고부가가치 부품·소재 생산을 위한 차세대 생산개발기술 확보 ▷생산공정의 자동화 및 전산화 ▷뿌리산업의 녹색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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