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 EBS 한국영화특선 '선생 김봉두'16일 오후 10시 50분

서울의 잘나가는 초등학교 교사인 김봉두(차승원)는 아이들보다 한술 더 떠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교장 선생에게 매일 혼나는 이른바 문제 선생이다. 교재 연구보다는 술을 더 좋아하고, 학부모들의 각종 돈봉투를 적극 권장, 장려하던 어느 날,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라더니 김봉두는 봉투 사건으로 인해 오지의 시골분교로 발령난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외제 담배는커녕 국산 담배도 구할 수 없는 오지로 쫓겨난 김봉두. 전교생이라고는 달랑 5명. 더구나 돈 봉투는커녕 각종 채소, 김치, 과일 등을 나누어 주는 너무도 순진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 또한 그에게는 불만이다. 1교시 자습, 2교시 미술, 3교시 체육…. 하루라도 빨리 서울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던 김 선생. 한술 더 떠 괴팍스러운 최 노인은 글을 가르쳐 달라고 생떼를 쓰는 등 김 선생의 시골살이는 더더욱 암울해 보인다. 하루빨리 서울로 재입성할 기회를 노리던 김봉두는 전교생을 전학 보내고 폐교할 계획을 세운다.

우선 아이들 개개인의 특기를 살려주기 위해 방과 후 특별 과외에 매달리는 김 선생. 그런 김 선생의 시꺼먼 속마음과 달리 오히려 마을 사람과 교육청에서는 훌륭한 김봉두 선생으로 인해 분교 폐지 방침을 재고한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봉두가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마을에는 갑자기 학교를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만들겠다는 사업가가 등장하고 김봉두는 그들로 인해 그동안 잊고 지내던 돈 봉투의 위력을 맛보는데…. 철부지 선생 김봉두는 과연 이런 난관을 뚫고 서울 입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봉투를 좋아하는 불량 선생, 김봉두'. '신라의 달밤' 이후 다시 한 번 교사 역을 맡은 차승원은 돈 봉투만 밝히는 불량스런 초등학교 교사로 나온다. 영화에서 희극화한 그의 모습은 다소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가 산골 분교로 발령받은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을 버무려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차승원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그를 받쳐주는 조연들, 즉 쉽지 않을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한 다섯 명의 분교 아이들을 연기한 아역 배우들과 정감 어린 시골 마을 사람들, 괴팍한 시골 노인(변희봉), 순박한 분교 일꾼(성지루) 등 조연급 연기자들의 감초 연기도 높이 살 만하다.

영화는 '교사와 교육의 의미'를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훌륭하게 그려 상영 당시 관객들의 반응이 높았다.

2003년 작, 117분.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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