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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선거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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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투표를 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우선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정보를 수집, 비교'분석해야 한다. 이것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투표소까지 가는 수고도 해야 한다. 하지만 투표 결과로 개인이 얻을 편익은 극히 적다. 지지하는 후보자나 정당이 승리해 투표자가 속한 계층이 큰 혜택을 받게 됐다 해도 혜택은 그 계층 전체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개인의 표가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 표가 모이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이 누구를 찍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경제적(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개인이라면 정보 수집을 포기하거나 투표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른바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여전히 투표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후보자나 정당을 잘 아는 유권자들일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후보나 정당을 잘 알고 투표해도 합리적 결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권자 3분의 1씩 각각 A>B>C, B>C>A, C>A>B 순으로 후보자를 선호한다고 치자. 이 경우 세 후보 모두 선택되므로 당선자가 없다. 이런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양자대결로 당선자를 낼 경우도 사정은 같다. A와 B의 대결에서는 A가 당선된다. C는 투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유권자 1그룹은 A>B, 2그룹은 B>A, 3그룹은 A>B가 돼 A가 3분의 2의 지지를 얻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B와 C의 대결에서는 B가, A와 C 중에는 C가 이긴다. 결국 A>B>C>A 식으로 당선자가 돌고 도는 이상한 결과가 나온다. 이러한 모순은 프랑스의 수학자 콩도르세가 밝혀냈다 해서 '콩도르세의 역설'이라고 한다. 이는 다수결에 바탕을 둔 선거가 반드시 합리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관성 있는 정책 결정도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처럼 선거는 불완전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고안된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 중 선거보다 나은 것은 아직 찾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선거의 생명력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오늘 지방선거가 끝났다. 합리적 무지의 유혹을 떨치고 8번이나 기표해야 하는 '불합리'를 택한 유권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런 노력이 쌓이면서 선거는 완전에 한 걸음씩 다가갈 것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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