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이야기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에서 베짱이는 게으름의 상징이다. 개미는 여름철에 겨울을 대비해 열심히 일하는데 베짱이는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노래나 부르고 있으니 게으름뱅이라는 딱지가 붙여져도 할 말이 없는 듯하다. 어려울 때를 대비해 개미처럼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다.
어린 시절 '개미와 베짱이'를 읽으면서 베짱이는 왜 게을렀을까, 왜 노래만 불렀는가 하는 의문을 가져보지 못했다. 무조건 개미의 근면성을 닮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베짱이가 부럽다고 이야기하면 주변 어른들은 저놈은 커서 거지꼴 못 면한다는 핀잔을 들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짱이 입장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의 개미 사랑이 참 억울하다. 개미가 겨울에 대비해 열심히 일하는 만큼 베짱이에게는 여름철 노래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
베짱이가 여름 내내 노래 부르는 것은 생존의 몸부림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죽는 베짱이들은 자신의 종족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이 노래다. 암컷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다른 수컷들보다 더 오랫동안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 암컷들을 유혹해 자신의 후손을 번식시키려는 수컷들의 처절한 울부짖음이다. 더구나 죽기 전에 알을 낳아 땅 속 깊이 묻을 시간도 적기 때문에 절박하다.
이에 비해 성충으로 겨울을 나는 개미는 먹이가 부족한 계절에 대비해 여분의 식량을 저장해야 한다. 개미의 생존 방식이다. 그래서 개미는 먹이가 많은 여름철에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면 베짱이 편을 들어도 조금도 문제될 것이 없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베짱이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게으름의 상징으로 낙인찍힌 베짱이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러다 보니 어느 쪽은 옳고 다른 쪽은 잘못됐다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자주 나타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상식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잘못이라고 단정하는 풍토에 익숙하다. 나와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배척의 대상이다. 생각이 같아야 친구가 된다. 내키지 않아도 친구가 되기 위해 상대방의 생각에 동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사회가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 인색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개미를 칭찬할 때 베짱이에 대해서 조금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베짱이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우리들의 고정관념이 이웃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없을까. 베짱이처럼 억울한 경우가 없도록 마음의 여유를 지니고 주변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문장순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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