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염색산업단지가 최근 불이 꺼지지 않는 등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섬유산업의 호황에 일감이 밀려든데다 스팀, 공업용수 요금 절감 등의 경영혁신으로 자체 경쟁력을 키운 결과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섬유염색산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주력 품목의 고부가가치화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입주희망업체 줄 섰다
지역에서 섬유 염색·가공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일감이 밀려들면서 설비를 확장하고 공장을 아예 서구 비산동에 위치한 대구염색산단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지만 여태 손가락만 빨고 있다. 반년 가까이 기다려도 들어갈 수 있는 땅이 나오지 않은 것. "수 차례 관리공단에 문의했지만 여태 '땅이 없다'는 말만 들었어요. 친분 있는 국회의원까지 동원해봤지만 없는 땅을 만들 수는 없었지요."
이에 대해 대구염색산단 관리공단도 의아해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부도 등으로 인해 경매절차를 밟는 '노는 땅'들이 더러 있었지만 최근 1년 새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나마 폐업한 2곳의 업체도 다른 업체가 직접 양도·양수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전에는 전례가 거의 없었는데, 아마도 장사가 잘된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는 인근 성서산단과 검단공단의 '노는 땅' 사정과 비교될 정도다. 대구시에 따르면 검단공단에는 수 년째 갑을, 한일합섬 등의 부도, 이전 등으로 3만3천여㎡(1만여 평)의 부지가 주인을 못 찾고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으며, 성서산단에도 분양은 됐지만 수년째 비어 있는 땅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염색산단 관리공단 윤복중 기획실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곳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업체들이 줄을 선 상황"이라며 "대구염색산단이 새로운 호황을 맞고 있는데,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질 수 있도록 경영합리화 방안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섬유가 도왔나?
전문가들은 올 들어 대구경북의 섬유산업 생산 및 수출이 많이 증가하고, 설비 투자도 확대되는 등 활기를 띤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섬유산업의 생산·수출 물량이 늘면서 섬유제품의 염색 일감이 덩달아 늘었다는 것이다.
이달 초 발표한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구경북 섬유제품 생산과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각각 17.2%, 27.8% 증가했다. 지역 섬유산업의 업황지수(BSI)는 올해 7월 104로 지역의 월별 BSI조사가 시작된 2003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현재 많은 섬유업체가 완전가동 상태에서도 주문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물량 역시, 지역의 섬유제품은 올해 상반기 중 13억9천400만달러를 수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8% 증가했다. 연간 수출 규모는 2000년 30억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경제조사팀 김병조 과장은 "지역 섬유산업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해외 바이어의 인식 변화, 경영체질 강화 등으로 경쟁력을 얻었는데, 그 반사이익을 염색업계가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1등 염색산단으로
대구염색공단의 자구 노력도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몫을 했다. 경영합리화를 통한 경영혁신으로 원가절감에 나선 결과다. 열병합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스팀 단가가 올해 3월 현재 1t당 2만8천504원으로 전국 최저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t당 3만1천847원)보다 3천원 이상 내렸다.
이는 대구염색공단과 더불어 국내 대표 염색공단인 안산 반월공단의 같은 기간 스팀 단가(3만5천896원)보다 7천원 이상 싼 셈이다. 공단 측은 스팀 단가가 줄면서 입주업체당 한 달 평균 3천만~4천만원씩의 생산비용 절감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업용수 단가도 올해 3월 현재 대구염색산단이 1t당 200원으로, 반월공단(330원)에 비해 130원 저렴하다. 가격 경쟁력은 일감을 몰고 왔다. 이 때문에 대구염색산단의 증기·용수 사용량과 폐수처리량이 계속 증가 추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구염색산단이 반월공단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구TP 관계자는 "반월공단은 지난해 73개 입주업체가 1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대구염색산단은 126개 업체가 6천억원의 매출을 보인 것으로 안다"며 "업체 수가 더 많은 대구의 매출이 '반월'의 절반 수준인 것은 주력 품목의 차이 때문이다. 대구도 앞으로는 니트 등의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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