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어이쿠 봄 간다

엄마가 장에 가는데, 아이가 칭얼대며 따라오자 엄마가 말했다. "집에 있을래, 그러면 시장에서 돌아와 돼지를 잡아 줄게." 엄마가 돌아와 보니, 남편이 돼지를 잡고 있었다. 놀란 부인이 "아이를 달래려고 그랬을 뿐인데, 정말로 돼지를 잡으면 어떻게 해요?"라고 남편을 나무랐다. "아이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잖소. 이참에 돼지를 잡아 함께 먹읍시다."

실제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나기란 쉽지 않겠지만 십중팔구 "아이고, 이 사람 하는 짓이라곤…." 하며 혀를 차기 일쑤일 것이다. 그렇지만 상대가 어린이라면 조심해야 한다. 어린이는 어른을 그대로 닮는다. 어른이 하는 대로 따라 한다. 부모가 희생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도 희생을 실천하게 되고 부모가 동정심이 많으면 아이들도 너그러워진다. 부모가 밝고 환한데 아이들만 어둡고 칙칙할 수는 없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금방 부모를 따라간다. 이와 반대로 아이들이 어른의 모범이 될 수도 있지만.

"아이구, 오래 기다리셨죠. 도가를 새로 짓느라 정신이 없어서…. 어서 이리들 오세요." "'어이쿠 봄 간다'는 제목처럼 자연의 찰나적인 변화를 순간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어이구, 이게 얼마만이냐?"

앞서의 문장에 나오는 감탄사 '아이구' '어이쿠' '어이구' 가운데 어느 것이 바른 표기인지 헷갈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몹시 아프거나 힘들거나 놀라거나 반갑거나 원통하거나 기가 막히거나 할 때 하는 말로 '어이구'가 있다. "어이구, 흔한 게 찬데 하필이면 저런 고물딱지를 골랐소." "어이구, 불쌍한 우리 아씨, 앞날이 첩첩 태산이다."로 쓰인다. '어이구'의 작은 말은 '아이고'이고 거센말은 '어이쿠'다. '아이고'의 준말은 '애고', 거센말은 '아이코'이다.

다시 정리하면 '어이구' '아이고' '어이쿠' '아이코' '애고'는 맞고 '아이구' '어이고' '아이쿠' '어이코' 는 틀린 표기이다.

요즘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공정사회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일수록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법은 약하고 억울하고 가난한 사람을 보호하고 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법이 그런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강자의 편에 서 있다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법이 강자들의 전유물이 되어 약자들을 억누르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어이구' '아이고'란 원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사회는 공정하지 못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야말로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 실천적 인프라"라며 국정 화두를 던진 뒤 '우문현답'(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적극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대통령에게 성원을 보내며 꼭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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