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의 도시 대구] [3부] 마내럴워터 아끼며 마신다, ②허술한 지하수 관리체계

개인 소유 인식…어느 곳이 어디까지 오염됐는지 국가자료 없어

대구의 소중한 광천수인 지하수가 대부분 목욕, 세차 등 허드렛물로 쓰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수에 대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 오남용과 수질오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의 소중한 광천수인 지하수가 대부분 목욕, 세차 등 허드렛물로 쓰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수에 대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 오남용과 수질오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매일신문과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동네우물되살리기 프로젝트 소식에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두 가지다. 대구의 지하에 숨 쉬고 있는 지하수의 양(量)과 질(質)이다. 수질은 동네우물되살리기팀의 가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미네랄이 풍부하고 깨끗하다.

수량은 어떨까?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이 관통하는 대구경북의 지하수 함양량은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풍부하고 질 좋은 지하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물부족 국가라는 낙인이 찍힌 우리나라의 형편상 소중한 지하수의 남용을 막고 무엇보다 오염시키지 않으려는 조치가 절실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하수 관리 체계는 여전히 엉성하다. 때문에 우리 지역만이라도 제대로 지하수 지도를 그려 남용과 오염을 막고 시민들에게 건강한 물을 공급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풍부한 지하수=국토해양부의 지하수관리기본계획(2007년)에 따르면 경북의 지하수 함양량은 연간 26억2천900만㎥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하수를 보유하고 있다. 대구시의 지하수 함양량은 연간 1억2천300만㎥이다. 이는 7대 광역시 중 울산(연간 2억2천300만㎥)·인천(연간 1억6천만㎥)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양이다.

개발가능량에서도 대구와 경북은 각각 연간 8천400만㎥, 18억100만㎥로 상위권이다. 지하수 개발가능량은 지하수의 함양과 유출이 평형을 이루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개발·이용할 수 있는 양을 의미한다. 대구와 경북은 전체 지하수 함양량의 68%가량을 개발할 수 있다.

대구시내로 범위를 좁히면 2005년 말 기준으로 달성군의 지하수 개발가능량이 5천만㎥/년으로 가장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동구, 북구, 수성구, 달서구, 서구, 남구, 중구의 순이었다. 지하수 이용량이 많은 곳은 북구, 수성구, 달성군의 순이며, 이용시설 수는 달성군, 동구, 북구의 순으로 많았다.

◆어디에 쓰이나?=대구의 지하수 이용량은 2007년 말 현재 2천440만㎥/년으로 개발가능량의 28.9%다. 전국 평균 29.7%보다 조금 적다. 개발 가능한 지하수의 70%를 그냥 버려두고 있는 셈이다.

대구시민들은 지하수의 대부분을 생활용수로 쓰고 있다. 2007년 한 해 동안 2천129만㎥의 지하수를 목욕이나 세차 등을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 이는 그해 전체 지하수 이용량(2천784만㎥)의 76.4%에 해당한다. 이 외에 공업용수와 농업용수로는 각각 352만㎥, 291만㎥가 쓰였다. 음용수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신고된 지하수 관정 수는 총 4천577개다. 이중 목욕탕, 세차장 등에서 쓰고 있는 생활용 관정이 전체의 73%인 3천334개나 된다. 음용 목적으로 허가된 관정 수는 368개에 불과하다. 동네우물되살리기팀의 조사에서 세계에 내놔도 손색없을 건강한 대구의 지하수가 몸을 씻고 차를 닦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하수가 지표수와 달리 공수(公水) 개념이 아니라 사수(私水) 개념인 탓이 크다. 지하수 관정도 개인이 신고만 하면 얼마든지 뚫을 수 있다. 대구의 전체 관정 중에 신고된 관정이 3천888개로 허가된 689개의 관정보다 6배나 많다.

전문가들은 석유보다 값진 전략자원인 지하수를 공수(公水)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위기에 봉착한 제주특별자치도는 2006년부터 전국 최초로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를 위한 공수 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제주도환경자원연구원 고기원 박사는 "현재의 지하수와 관련한 우리나라 법은 공공의 중요한 자원인 지하수를 일부 기득권자의 사유물로 전락시키고 있어 향후 지하수 오남용과 수질오염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최근 헌법재판소가 '지하수는 자연자원으로서 유한한 공공재이고, 우리의 후손에까지 물려줘야 할 최후의 수자원'이라고 규정한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하수 남용은 큰 일?='세계 최대 종교기념물로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이 조만간 붕괴될 위험에 처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최근 영국의 한 신문이 전한 긴급뉴스 헤드라인이다. 건축물이 너무 노후화해서일까? 아니면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 때문일까? 이 신문은 앙코르와트 사원을 무너뜨릴 주범으로 '지하수'를 꼽았다. 사원 주변에 갑자기 늘어난 고급호텔들이 지하수를 남용한 탓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이들 호텔들이 하루 수백만ℓ의 지하수를 마구잡이로 퍼올리는 바람에 지반 침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수 남용은 지반 침하로 인해 역사적 건물만 붕괴하는 것이 아니다. 인도 아대륙 북부의 지하수 사용량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으며, 전세계 해수면 상승에 5%가량 기여하고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있다. 연구진은 "이 지역에서 연간 54조ℓ의 지하수를 퍼올리고 있어 지하수 수위가 연평균 10㎝씩 낮아지고 있다. 또 전세계 해수면을 0.16㎜가량 상승시키는 영향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지하수의 무분별한 오남용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귀중한 광천수를 아끼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관리가 안 된다=문제는 지하수의 오남용과 수질오염을 막을 수 있는 국가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대구시만 봐도 대구의 지하수가 어느 곳, 어느 깊이까지 얼마나 오염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다.

대구에는 198개의 지하수 관측 관정이 있다. 국가지하수관측망 8개소, 대구시 지하수 측정망 136개 등을 포함한 수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지하수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정부는 지하수의 오남용과 오염 감시에 대한 필요성을 알고 2001년부터 국가지하수관측망인 지하수수질전용측정망을 전국에 뚫고 있다. 2030년까지 3천469개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0년 동안 대구지역에 확충된 지하수수질전용측정망은 8개에 불과하다. 지하수수질전용측정망 사업이 더딘 이유에 대해 환경부 한 관계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수의 오염방지와 수질검사에 대한 현행법상에 규정한 권한 문제도 변경이 절실하다. 현행법상에는 ▷지하수 오염방지 ▷오염유발 시설관리자에 대한 조치 ▷수질검사 ▷지하수 오염방지를 위한 조치명령 ▷수질오염실태 측정 ▷지하수 이용중지 또는 수질개선 명령 등에 대한 권한이 환경부와 해당 시·군·구에 있다. 광역지자체의 관리 권한이 없는 것이다. 대구시 물관리과 지하수 담당자는 "지하수는 미래의 중요한 전략자원인데, 지하수 이용에 대한 현행법이 사유 개념인 신고제인 데다 관리권도 해당 구·군에 있어 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지하수 폐공 신고도 해당 구·군청에 신고하면 되는데, 이럴 경우 고가의 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되는 폐공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안 된다. 지하수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해당 광역지자체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성익환 박사는 "유럽에는 지하수를 공수(公水) 개념으로 보고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개인이 알아서 쓰도록 하고 있다"며 "많은 돈을 들여 고도정수처리하는 수돗물 정책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지하수를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활용하는 물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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